연어랑 육회는 왜 같이 파는걸까…'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2025-10-18 00:05
add remove print link
흔히 볼 수 있는 연어,육회 조합 이유는?
최근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어X육회' 조합 전문점. 겉보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바다 생선과 육지의 육회가 어떻게 함께 팔리게 되었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이 독특한 러브라인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국제 정세의 변화와 국내 식자재 가격 사이클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였다.

1. 러시아 사태가 낳은 '연어 무한리필' 시대
연어와 육회의 만남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경제 보복에 맞서 해당 국가들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러시아에 연평균 1조 원어치를 수출하던 노르웨이산 연어가 갈 곳을 잃었다.
수요가 급감하자 노르웨이산 연어 가격은 폭락했고, 저렴해진 연어가 국제 시장에 대량으로 풀렸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연어가 슈퍼푸드로 소개되며 인기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수요와 저렴한 공급이 맞물리면서 2015년 국내 연어 수입량은 2010년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고, 이를 기반으로 연어 무한리필점이 대거 생겨나며 큰 인기를 얻었다.
2. 치솟는 연어 가격, '육회'가 구원투수로 등장하다

그러나 연어 무한리필점의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12월부터 연어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가 수출 판로를 다변화하고 러시아가 우회 수입을 시도하면서 전 세계 연어 소비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원가 압박에 직면한 무한리필점 사장님들에게 구원투수가 나타났다. 바로 육회였다.
마침 육회는 2015년 말 도매 가격이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전환되던 시기였다.
육회는 연어처럼 냉동으로 매입해 해동 후 바로 썰어 팔 수 있어, 가게 확장이나 인력 추가 없이 기존 주방 환경에서 충분히 운영이 가능했다. 이는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결국 연어만 고집했던 프랜차이즈들은 폐점했지만, 빠르게 육회를 메뉴에 추가하며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가게들은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3. '보완재'로서의 완벽한 궁합
우연히 시작된 조합이었지만, 연어와 육회는 사업성과 소비자 니즈 측면에서 완벽한 궁합을 보여줬다.

연어 가격과 한우 가격은 비프 사이클이라는 각기 다른 주기로 변동한다. 한쪽의 가격이 오를 때 다른 쪽의 가격이 내려가는 보완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프랜차이즈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했다.
두 음식 모두 신선함이 생명이라 집에서 해 먹기 힘들고, 각각 따로 사 먹으면 가격대가 있는 고급 음식이다. 이 두 가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한 번에 판매하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성비와 편리성 모두를 충족시켜주는 매력적인 조합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국제 정세, 원자재 가격 변동, 그리고 운영의 효율성이 맞물리면서 연어와 육회 조합은 2010년대 중반부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며 새로운 외식 트렌드를 창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