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보이스피싱 당한 60대 가장 극단 선택

2025-10-1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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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수거책 재판과정서 드러나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한국인을 노린 캄보디아발(發) 보이스피싱 범죄가 확산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한 가운데 보이스피싱 피해로 수천만 원을 잃은 60대 가장이 극단 선택을 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16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송현)는 전날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 씨(24)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전북 익산시에서 60대 이모 씨로부터 현금 2000만 원을 받아 다른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등 약 한 달 동안 광주, 전남 장성, 전북 군산·전주, 인천 등지에서 6명의 피해자로부터 8차례에 걸쳐 총 2억3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김 씨에게 지시를 내린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속여 돈을 빼돌렸다. 총책·관리책·콜센터·수거책·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움직였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이미지.

이들은 김 씨 같은 ‘수거책’을 모집하기 위해 취업사이트를 이용했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짜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어 구직자를 속였다. 취업준비생이던 김 씨는 ‘스크린골프용품 회사’라는 곳에 속아 ‘용품 거래 수금’ 등을 명목으로 현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만든 가짜 회사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조직의 존재를 인식한 상태에서 범행에 참여했다”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 후 자진해 경찰에 증거를 제출하고 자신의 역할을 인정했으며,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6명 중 한 명이 사기 피해 후 숨진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자 이 씨는 지난해 1월 김 씨에게 2000만 원을, 다음 날 다른 수거책에게 1000만 원을 추가로 건네 총 3000만 원을 잃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는 가족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한 달 뒤인 2월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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