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값 반토막 내던 과수병…국내 하천에서 뜻밖의 해법 나왔다
2025-10-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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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생장 촉진·병 저항성 높이는 효과 확인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는 과수 탄저병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이 국내 하천에서 발견됐다.

뉴스 보도를 보면 제철 과일이 병에 걸려 상품성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사과와 배, 감처럼 풍성해야 할 계절 과일이 정작 검은 반점 때문에 값이 크게 떨어지거나 유통 과정에서 폐기되는 사례가 반복된다. 시장에서도 얼룩이 번진 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과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농가 피해 보도는 해마다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미생물이 국내 하천에서 발견됐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최근 안양천 등에서 과수 탄저병 억제 효능을 가진 담수 미생물 균주와 신규 항균 물질을 찾아냈다고 16일 밝혔다.
과수 탄저병은 사과와 배, 감 같은 주요 과수에 발생하는 곰팡이병으로 병이 퍼지면 열매와 잎에 갈색 반점이 생기고 수확량이 크게 줄어든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피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농가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병원균이 빠르게 확산하고 기존 농약에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새로운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아스퍼질러스 플로코수스와 스트렙토마이세스 카니퍼루스라는 균주를 확보했다. 두 균주는 과수 탄저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균사 생장을 70% 이상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고추 모종에 처리했을 때 줄기 길이와 굵기가 평균 30% 가까이 늘어나 작물 생육을 돕는 효과도 나타났다. 단순히 병을 막는 수준이 아니라 작물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낙동강생물자원관은 이번 발견과 관련된 특허를 이달 안에 출원할 계획이다. 앞서 2019년에도 에드니아 균주가 탄저병 병원균에 대한 항균 효과를 보인 바 있는데, 해당 균주가 생산하는 펩타이드계 항균물질 2종에 대해서는 현재 작물보호제 실증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관은 2021년부터 담수 미생물을 확보해 농작물 보호제 개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토양 미생물에 비해 연구가 부족했던 담수 미생물에서 이처럼 뚜렷한 방제 효과와 생육 촉진 효과가 동시에 입증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낙동강생물자원관 관계자는 “국내 담수 환경에서 과수 탄저병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을 찾아낸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담수생물자원 실용화 연구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미생물은 크기가 작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생활과 자연 생태계 전반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토양 속 미생물은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양분을 분해해 공급하고, 뿌리 주변에서 유익균으로 작용해 병원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는다. 강이나 하천에 사는 미생물은 물속 유기물을 분해해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일부는 항균 물질을 만들어 주변 생물의 질병을 억제하기도 한다. 또 다른 미생물은 식물 성장 호르몬을 유도해 줄기와 뿌리의 발달을 촉진해 작물이 더 튼튼하게 자라도록 돕는다.
이처럼 미생물은 병을 막는 동시에 성장까지 이끄는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농업뿐 아니라 환경 관리와 의학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치가 크다. 이번에 발견된 균주 역시 이런 미생물의 보편적인 역할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