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아름다운 인형 닮았다”... 서울 한복판 하천에 나타난 천연기념물
2025-10-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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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30마리 방사했는데...
우이천은 서울 강북구와 성북구, 도봉구를 흐르는 한강 지류다. 북한산에서 발원해 청계천으로 합류한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도심 속 휴식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덕성여대 앞 '쌍문414앞교'부터 쌍문교를 지나 '쌍한교'까지 구간에서 원앙을 비롯한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는 약 100마리의 원앙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앙은 2016년 6월 서울대공원의 협조를 받아 30마리를 방사한 이후 회귀본능으로 매년 우이천을 찾아와 겨울이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제327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조류다. 기러기목 오리과 원속에 속하는 원앙은 환경 적응력이 준수해 개체수가 상당히 많아 호수나 하천에서 흔히 보인다. 원앙은 세계적으로 2만~3만여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새다. 그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선조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진귀한 새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원앙은 몸길이가 40~45cm 정도다. 수컷과 암컷의 외형은 극명하게 다르다. 수컷은 화려한 깃털이 특징이다. 눈 둘레는 흰색, 뒷머리깃과 윗가슴은 밤색, 등은 청록색을 띠고 가슴에 2개의 세로줄무늬가 있다. 노란 옆구리와 위로 올라간 선명한 오렌지색의 부채형 날개깃이 매우 인상적이다. 반면 암컷은 몸 전체가 갈색을 띤 회색이며 흰 점무늬가 있고 배는 흰색이다. 원앙 암컷은 청둥오리 암컷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몸이 좀 작고 눈 주위에 흰줄이 있어 구분할 수 있다.
원앙의 이름 유래도 흥미롭다. 약 2500년 전 중국에서 처음 기르기 시작한 원앙은 약 2000년 전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수의 깃털이 워낙 차이가 나서 고대 중국에서는 서로 다른 새인 줄 알고 수컷은 '원', 암컷은 '앙'으로 따로 이름을 붙였는데 나중에 같은 종임을 알고 원과 앙을 합쳐 원앙이라고 불렀다.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불리는 원앙은 전통 결혼식에서 원앙 1쌍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상은 수컷은 여러 마리와 짝짓기를 하며 암컷만이 새끼를 키운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기 때문에 수컷은 틈만 나면 털을 고르고 예쁘게 가꾸면서 구애를 한다. 선택받으면 다른 수컷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느라 졸졸 따라다녀 금실 좋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모습만 보고 금실의 상징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앙은 겨울엔 여러 마리가 무리져 하천이나 호수에 살며, 여름엔 산속에 가서 번식한다. 그래서 여름철엔 우이천에서 원앙을 보기 힘들다. 특이한 습성으로는 암컷이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지상에서 몇 미터나 떨어진 나무 구멍에 알을 낳는다는 점이다. 새끼들은 부화한 지 얼마 안 돼 나무 구멍에서 뛰어내려 어미를 따라가는데, 몸무게가 50g도 채 안 돼서 공기저항 때문에 딱히 다치지 않는다고 한다.
우이천에는 원앙 외에도 다양한 야생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청둥오리가 대표적이다. 겨울철 강이나 호수 냇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릿과 야생의 새인 청둥오리는 집오리의 원종이다. 수컷은 머리와 목이 광택 있는 초록빛이며 배는 회백색이고 등은 갈색 바탕에 회색 무늬가 있다. 암컷은 온몸이 누런 갈색에 어두운 갈색의 무늬가 있다.
백로는 하천이나 호수 습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다. 주로 물고기를 잡아먹지만 각종 수생동물, 소형 포유류, 파충류, 새, 곤충 등도 먹는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백로가 희고 깨끗해 청렴한 선비를 상징해왔으며, 시나 그림에 많이 등장한다.
왜가리는 냇가나 호수 등 물가에 사는 텃새다. 머리는 흰색이며 검은 줄이 눈에서 뒷머리까지 이어져 댕기깃을 이룬다. 다리와 부리는 계절에 따라 노란색 또는 분홍색이다.
우이천엔 보가 설치돼 물이 항상 풍부하다. 계성교 근처에는 많은 잉어 떼도 볼 수 있다. 산책로는 잘 정비돼 있으며 징검다리도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공중화장실도 여러 곳에 있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