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메뉴에 흔한데... 알고 보면 '눈물 나는 사연' 품은 불쌍한 생선

2025-10-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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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60cm... 생각보다 크기도 크다는 생선의 정체

쥐노래미 회 / '생선선생 미스터S'
쥐노래미 회 / '생선선생 미스터S'

횟집 수조. 광어와 우럭 사이로 유난히 눈에 띄는 생선이 있다. 이름은 ‘놀래미’. 흔히 들어봤지만, 정작 어떤 생선인지는 아는 이가 드물다. 유튜브 채널 ‘생선선생 미스터S’가 15일 공개한 영상 ‘알고 보면 겁내 불쌍한 생선??? 놀래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놀래미, 정확히는 ‘쥐노래미’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쥐노래미 / '생선선생 미스터S'
쥐노래미 / '생선선생 미스터S'

놀래미는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이름의 유래부터 흥미롭다. 노란 빛깔에서 비롯된 ‘노래미’에, 회색빛 배를 가진 특징이 더해져 ‘쥐노래미’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쥐’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어감 탓인지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강원도에서는 ‘돌삼치’, 경북에서는 ‘고래치’, 부산에서는 ‘게르치’라 부른다. 전국 어디서나 잡히지만 표준명은 쥐노래미 하나뿐이다.

쥐노래미는 전국 연안의 바위지대에 정착해 사는 물고기다. 태어난 곳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는 정착성 어종이다. 고등어나 방어처럼 이동성이 큰 회유성 어류와는 다르다. 바위틈에서 새우, 게, 작은 물고기를 먹으며 산다.

크기는 생각보다 크다. 울진에서는 59.5cm짜리 대형 개체가 잡힌 기록이 있다. 강원도의 자연산 시장에서는 2kg이 넘는 쥐노래미가 거래되기도 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가 제철이다.

쥐노래미는 생각보다 크기가 큰 생선이다. / '생선선생 미스터S'
쥐노래미는 생각보다 크기가 큰 생선이다. / '생선선생 미스터S'

쥐노래미의 생태 중 가장 놀라운 건 ‘부성애’다. 산란철이 되면 수컷은 바위 틈에 알을 낳기 좋은 자리를 골라 집을 짓고 암컷을 유인한다. 알이 수정되면 수컷은 그 자리를 지키며 먹지도 않고 알을 돌본다. 이때 몸에 노란 혼인색이 나타난다. 포식자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리기 위한 본능적 방어다. 수컷은 일종의 ‘몸빵’을 하며 알을 지켜낸다. 이런 헌신적인 습성 덕분에 쥐노래미는 ‘아빠 생선’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컷은 종종 낚시꾼에게 잡혀 알을 버리고 죽는다. 유튜버는 “노란빛이 도는 수컷이 잡혔다면 반드시 방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쥐노래미는 한 자리에서만 살기 때문에 어획 압력에 매우 취약하다. 개체군이 줄면 복원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쥐노래미의 산란기인 11월부터 12월까지를 포획 금지 기간으로 지정했다. 낚시꾼들도 이 시기에는 잡은 쥐노래미를 반드시 풀어줘야 한다.

낚시꾼들 사이에서 쥐노래미는 ‘미끼 도둑’으로 불린다. 미끼를 살짝 물었다 놓는 성미 덕분이다. 동해안에서는 이 쥐노래미를 대상으로 한 ‘하드락피싱’이 인기를 얻고 있다. 거친 암초지대에서 강한 장비로 대형 쥐노래미를 노리는 낚시다. 물속으로 달아나면 줄이 끊어지기 쉬워 입질 순간 강제 제압해야 한다. 그만큼 힘이 세고 손맛이 좋다. 다만 유튜버는 “알을 지키는 수컷이나 어린 개체는 방생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쥐노래미의 몸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있다. 대부분의 물고기는 몸 옆에 한 줄의 감각기관, 즉 측선이 있지만 쥐노래미는 다섯 줄을 갖고 있다. 물의 흐름과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셈이다. 학명 ‘그라모스’는 그리스어로 ‘여섯 선’을 의미하지만, 발견 당시 학자가 잘못 세어 붙인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이 이름을 그대로 번역해 ‘육선어’라고 부른다.

쥐노래미는 한때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선 자연산만 유통된다. 과거 중국에서 양식산을 수입했으나 지금은 사실상 중단됐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부터 양식 연구가 이어졌지만 성공률이 낮았다. 개체가 모여 살지 않고, 고수온에 취약해 대량 양식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 횟집에서 쥐노래미를 만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맛은 의외로 뛰어나다. 제철인 여름과 가을에 잡힌 쥐노래미는 살이 단단하고 지방이 오르며, 회로 먹으면 쫀득하고 감칠맛이 진하다. 껍질에도 고소한 기름이 많고, 뼈가 단단해 육수용으로도 좋다. 회를 뜨고 남은 서더리로 맑은탕을 끓이면 속이 시원하다. 숙성해 먹는 것보다는 활어 상태로 바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아이나메’로 불린다. 고급 흰살 생선으로 취급돼 여름철 초밥 재료로 인기가 높다. 회, 구이, 조림, 튀김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한다. 봄에 잡히는 어린 개체를 튀김으로 먹는 요리는 별미로 꼽힌다.

‘생선선생 미스터S’가 15일 ‘알고 보면 겁내 불쌍한 생선??? 놀래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이란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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