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천연기념물인데…섣불리 방사했다가 폐사한 '멸종위기 1급 동물'

2025-10-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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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식 퍼포먼스의 비극, 생명 존중은 어디에?

경남 김해시가 화포천 습지 과학관 개관식에서 행사 퍼포먼스로 방사한 천연기념물 황새 1마리가 곧바로 폐사하면서 환경단체가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황새의 쭉 뻗은 날개 / 연합뉴스
황새의 쭉 뻗은 날개 / 연합뉴스

앞서 시는 전날 진영읍 일원에서 화포천 습지 과학관 개관식을 열었다.

해당 행사에서 시는 지난 2022년 충남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복원을 위해 들여온 황새 암수 한 쌍과 올해 3월 화포천 습지 봉하뜰에서 부화에 성공한 황새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방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방사 과정에서 수컷 황새 한 마리가 잘 날지 못하면서 응급처치를 위해 이송하다 폐사했다.

16일 김해환경운동연합은 "김해시는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 행사에서 수컷 황새가 폐사한 사실에 대해 정밀 조사와 공식 사과를 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개관식을 축하하기 위한 황새 세 마리 자연방사 퍼포먼스 진행 중 수컷 황새가 폐사했다. 방사 순서를 기다리며 22도의 더운 날씨에 좁은 상자 안에서 1시간 40여 분 동안 갇혀 탈진에 의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새 이동을 위한 상자의 재질이 금속 성분이라면 22도의 외부 날씨에 직사광선을 받을 경우 금속 표면과 내부 공기는 훨씬 더 뜨겁게 된다"라고 말했다.

황새 '뽀뽀해요, 우리' '어머, 그건 아직 안돼' / 연합뉴스
황새 '뽀뽀해요, 우리' '어머, 그건 아직 안돼' /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들은 "22도의 날씨에 승용차 내부의 공기는 창문을 약간 열어두어도 30℃~40℃까지 올라가고 통풍이 안 될 경우 40℃이상 올라간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도 아는 상식이다"라 밝혔다.

또한 "그런데 1950년대부터 대한민국에서 자취를 감춘 천연기념물 황새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김해시가, 그것도 생명이 숨 쉬는 화포천 습지를 만들기 위해 개관한 화포천습지과학관에서 이런 기본적인 생명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다만 행사를 위해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황새를 처참하게 다루었다는 사실에 김해시민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김해환경운동연합은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 황새 폐사로 김해시의 보여주기식 행사 치르기의 면모는 여실히 드러났다"라며 "김해시는 황새 폐사에 책임을 지고 폐사 원인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를 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김해시에서 진행되는 모든 행사에 눈요기로 동물이 학대 당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 동원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황새 '덤벼, 아뵤~' / 연합뉴스
황새 '덤벼, 아뵤~' / 연합뉴스

김해시 관계자는 "방사 이후 잘 날지 못했던 수컷은 현장에서 동물병원으로 이송하던 중에 폐사했다"라고 설명했다. 폐사한 황새는 국가유산청에 보고해 박제되어 보존될 전망이다.

한때 전국 논과 습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황새는 서식지 파괴와 농약 사용 증가로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전 세계에 약 2500~3000마리 정도만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될 만큼 매우 희귀하며, 최근 들어 복원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황새는 몸길이 약 110cm, 날개를 펼치면 2m에 달하는 대형 조류로, 흰 깃털과 검은 날개, 붉은 부리와 다리가 특징이다. 습지와 논에서 물고기·개구리·곤충 등을 먹으며, 깨끗한 물과 풍부한 먹이가 있는 지역에서만 살아간다. 이 때문에 황새의 존재는 곧 건강한 습지 생태계를 의미한다.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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