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어떻게 여기에…제주 바다서 그물에 잡힌 '무게 7톤' 초대형 생명체
2025-10-16 12:15
add remove print link
조업 중이던 어선 그물에 잡혀 신고 접수된 동물
제주 바다 한가운데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16일 제주해양경찰서와 국립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제주시 한림항 북서쪽 약 35㎞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 어선 그물에 거대한 고래 한 마리가 걸렸다는 신고가 이날 새벽 접수됐다. 어민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주해양경찰서는 그물에 걸린 개체는 길이 약 10m, 둘레 3.6m, 무게 약 7t에 달하는 참고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림선적 42t급 근해자망 어선 A호가 새벽 조업을 하던 중, 그물에 무게감이 이상하다고 느껴 인양을 시도하다 거대한 사체를 발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몇시간 한림항에 입항한 어선에는 그물에 감긴 거대 고래의 몸체가 실려 있었다.
해경 조사 결과 발견된 고래는 암컷 참고래였다. 길이 10m는 성체에 비하면 작은 편으로, 해양수산 전문가들은 새끼나 미성숙 개체로 보인다” 분석했다. 참고래는 성체가 되면 수컷이 약 21m, 암컷은 22m까지 자라며, 몸무게는 최대 80t에 달한다.

참고래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동물로, 대형 수염고래류에 속한다. 몸체가 길고 날씬하며, 회색빛을 띤 등과 흰색 아랫배, 그리고 왼쪽 아래턱은 검고 오른쪽 아래턱은 흰색인 비대칭 색 패턴이 대표적인 외형적 특징이다. 이 고유한 패턴 덕분에 지구에서 가장 우아한 고래로 불리기도 한다.
해경은 금속탐지기와 육안조사를 통해 사체를 정밀 확인했다. 그러나 작살 자국이나 칼 자국 등 불법 포획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주 해경은 사체 부패 정도와 주변 해류 흐름을 분석해 보다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해경 관계자는 "고래를 불법포획하면 '수산업법'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며 "해안가와 해상에서 죽은 고래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멸종위기종 참고래,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개체군

참고래는 전 세계 모든 대양에 서식하지만, 현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 생물로 분류되어 있다. 20세기 초 산업 포경이 절정이던 시기, 남극해와 북태평양 일대에서 대량 포획되며 개체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포획과 해양오염, 선박 충돌 등으로 인해 개체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리다. 한국 해역에서도 과거에는 비교적 자주 관찰됐으나, 최근에는 매우 드물게 목격되는 희귀종이 됐다.
참고래는 수염판을 이용해 크릴새우나 요각류, 멸치·정어리 같은 작은 어류를 여과 섭식한다. 초당 10m 이상 헤엄칠 수 있는 빠른 속도와 유연한 몸체로, ‘바다의 유선형 제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제주 해역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해양 생물 이동 경로로 활용되는 구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서쪽 해상에서는 향고래, 밍크고래, 혹등고래 등의 사체나 목격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제주시 구좌읍 인근 해상에서 12m 크기의 향고래 사체가 발견됐고, 4월에는 성산포 인근 해역에서 밍크고래가 혼획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