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못 넘었는데 대반전…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5위 오른 '한국 영화'
2025-10-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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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만 관객 동원 그친 한국 영화, 넷플릭스에서 인기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실화 기반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에서 예상외의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5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영화 '킹메이커'가 단 하루 만에 한국 영화 부문 5위권에 진입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극장 개봉 당시 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돌파에 실패했던 이 작품은 3년 만에 OTT 플랫폼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변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설경구와 이선균이 호흡을 맞춘 이 작품은 실제 역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1970년 신민당 대선 경선 시기 김대중과 '마타도어의 귀재', '선거판의 여우'로 불렸던 실존 인물 엄창록의 관계를 영화화했다. 제목인 '킹메이커'는 다른 사람을 권력의 정점에 올려놓을 만큼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인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이상주의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엄창록을 토대로 만든 냉철한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의 관계를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네 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신 김운범에게 서창대가 접근하면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열세였던 선거 상황에서 서창대의 파격적인 전략이 빛을 발하며 김운범은 연속 당선에 성공, 대선 후보 자리까지 거머쥐게 된다. 하지만 김운범의 집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으로 서창대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방법론에서 충돌하는 두 인물을 통해 보편적인 딜레마를 제시한다. 승리하기 위해 과정의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정치인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략가의 대립은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던진다.

123분의 러닝타임 동안 정치적 이념과 현실의 괴리, 신념과 배신이 교차하는 한국 정치의 속살을 날카롭게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변성현 감독은 무거울 수 있는 정치 소재를 긴장감 있고 세련된 영상미로 풀어내며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했다.
약 1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정치 소재의 부담감으로 관객 동원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작품성만큼은 인정받았다.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설경구가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고, 변성현 감독은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청룡영화상에서는 한아름이 미술상을 받았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어 국제적인 주목도 받았다.

유재명, 조우진, 박인환, 이해영,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김종수, 윤경호 등 탄탄한 조연 배우들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조우진의 존재감 있는 연기가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넷플릭스 공개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재평가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한 관객은 "연출이 세련되고 배우들 연기가 탄탄해 지루함 없이 몰입했다"며 극찬했다. 다른 관람객은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그리고 빛을 잃은 그림자의 이야기"라는 시적인 평을 남기기도 했다.

"옳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옳지 않은 수단을 써도 되는가. 목적을 이루지 못 하는 옳은 수단은 의미가 있는가"라는 한 네티즌의 평가처럼, 이 영화는 정치와 권력의 본질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치 영화 특유의 무거움을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풀어낸 점도 호평 요인이다. 한국 정치 영화의 클리셰인 조폭이나 룸살롱 장면 없이도 정치판의 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