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생명체로 불리는 건데…한국 늪에서 진짜 잡혀 눈길 끈 '이 동물'
2025-10-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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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를 위협하는 거대 설치류의 습격
인간이 만든 외래종, 자연의 반격
흔히 괴생명체라 불리는 동물이 국내 늪지에서 실제로 포획돼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정체는 바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악명 높은 뉴트리아다.
생물 유튜버 이충근이 최근 공개한 영상 '늪에서 잡은 괴생명체로 만든 괴상한 스테이크'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영상에는 지방 하천으로 직접 이동해 뉴트리아 포획에 나서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 이충근은 “뉴트리아는 생태계 교란종이라 퇴치가 필요하다"며 늪 주변 은신처를 중심으로 탐색을 진행했다. 탐색 과정에서는 오리, 붕어, 메기, 배스, 살모사로 추정되는 뱀까지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중간에는 또 다른 교란종인 붉은귀거북 여러 마리를 포획하기도 했다.
첫 포획 시도는 수심이 깊고 진흙이 미끄러워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후 얕은 포인트를 중심으로 재시도한 끝에 뉴트리아 한 마리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개체는 바위 틈과 수중 공간으로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뉴트리아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대형 설치류로, 1980년대 중반 모피와 식용 목적을 위해 한국에 들여왔다. 그러나 수요 감소와 사육 포기 이후 방사되면서 야생화됐다. 천적이 거의 없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낙동강을 비롯한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몸길이는 60cm에서 최대 1m에 이르며, 꼬리까지 합치면 성체 기준으로 어린아이 한 팔 길이에 육박한다. 일반 쥐보다 훨씬 크고 송곳니가 발달해 있어 공격성도 높다. 실제로 사람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보고된 적도 있다.
이런 외형과 습성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괴물 쥐’ ‘괴생명체’ 등의 별명이 붙었다. 특히 수면 위로 반쯤 떠오른 뉴트리아의 주황색 이빨과 거대한 실루엣은 낯선 이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뉴트리아는 하루 약 1kg에 달하는 식물을 먹어치운다. 벼, 보리, 고구마, 양배추, 미나리 등 농작물은 물론, 수생식물과 습지의 갈대·부들까지 닥치는 대로 갉아먹는다.
이들은 땅속에 15~20m 깊이의 굴을 파고 서식하며, 활동 반경이 4㎞에 달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댐, 제방, 둑 같은 시설물이 약해지고 붕괴 위험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낙동강 인근 농경지와 하천에서는 뉴트리아 굴로 인한 붕괴 피해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뉴트리아는 생태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대표적 유해 동물로 지목했다. 유류 중 처음으로 생태계 교란 야생동물로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뉴트리아 확산을 막기 위해 퇴치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부산·경남 지역 10개 시·군에 전담반 10명을 배치해 포획 트랩을 이용한 집중 퇴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광역 수매제를 운영 중이다. 누구나 뉴트리아를 포획해 관할 지자체나 뉴트리아 접수센터에 사체를 제출하면 마리당 2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2014년 이후 약 4만 마리 이상의 뉴트리아가 제거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이후로는 개체 수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한 근절은 아직 어렵다.
뉴트리아가 천적이 없는 동물로 알려졌지만, 최근 국내 연구에서 야생 삵이 뉴트리아를 사냥하는 장면이 포착돼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국립생태원 박희복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경남 김해 화포천습지 생태공원에서 삵이 뉴트리아 새끼를 물고 이동하는 장면과, 성체 뉴트리아를 공격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해당 영상은 국제학술지 ‘생태와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삵이 뉴트리아를 사냥한다는 첫 증거로 발표됐다.
연구진은 “삵이 뉴트리아의 자연적 포식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뉴트리아들이 협력해 방어하는 모습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 영상 속 삵은 성체 뉴트리아를 제압했으나, 근처 다른 뉴트리아들의 반격을 받자 사냥을 포기하고 도망치는 장면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