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까지 문 닫을 판…이제는 사 먹기도 힘들어졌다는 ‘국민 식재료’
2025-10-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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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개 제조사 공장 가동 중단
하루 수만 모씩 생산되던 국민 식재료가 원료 부족으로 생산이 멈출 판이다. 수입 콩 부족으로 두부의 원료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두부와 장류에 사용되는 원료의 약 80%를 차지하는 수입 콩이 부족해지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뒤늦게 보유 물량 일부를 시장에 공급했지만, 물량이 적고 일부는 공매로 진행돼 과열 경쟁 끝에 낙찰을 받지 못한 업체가 속출했다.
콩 가공업계에 따르면 강원 지역 40여 개 두부 제조사가 11월 초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광주·전남 지역 80여 개 제조사도 같은 달 중순 원료가 소진될 것으로 보여 공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두유 제조업체들도 11월부터는 재고가 바닥나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최선윤 강릉초당두부 회장은 43년간 두부를 만들어왔지만 원료 부족으로 공장을 멈추게 된 건 처음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배임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수입된 콩은 27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약 13% 감소했다. 식품업계는 연말까지 최소 1만 톤의 추가 물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농식품부는 국산 콩 사용을 유도하고 있으나, 수입 콩보다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싸 현실적인 대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처음 공매한 수입 콩 9290톤에 대해 입찰이 진행됐다. 평균 낙찰가는 톤당 60만 5496원으로, 지난해 12월 낙찰가보다 70% 넘게 올랐다. 콩 수입량 감소로 업체들이 공급 확보에 나서면서 입찰 경쟁이 과열된 결과다.

강원연식품협동조합, 광주전남연식품협동조합, 한국두부류협동조합 등은 1000~1800톤의 물량이 부족해 이번 공매에 참여했지만 낙찰가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 탈락했다. 한국두부류협동조합의 한일홍 전무는 정부가 공급 가격을 안정시켜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공매 방식으로 오히려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조합 소속의 두부 제조사들은 당장 한 달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aT의 공매는 ‘수입 콩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등 생산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수입권’을 입찰에 부치는 방식이다. 이번에 웃돈을 얹어 수입권을 낙찰받은 업체들도 실제 콩이 도착하려면 최소 2~3개월이 걸려 12월이 되어야 원료가 도착한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연세유업과 매일유업 등 두유 제조사들은 재고가 소진될 시점을 앞두고 타 조합에 긴급히 원료를 요청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공매가 더 일찍 진행됐더라면 이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매 물량이 부족했던 데다, 예상과 달리 개별 업체까지 대거 입찰에 참여해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aT를 통해 지난달 직배 방식으로도 1만 5000톤을 공급했으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현재 보유한 수입 콩 재고는 약 6000톤 수준으로, 내년 초 공급을 대비해야 해 올해 안에 추가 공급은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전체 수입 콩 공급량은 27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1만 6000톤 줄었다. 정부는 국산 콩 소비 확대를 위해 수입 콩 쿼터를 줄였고, 내년에도 이 방침을 이어갈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대기업 중심으로 국산 콩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부와 된장 제조사들은 수입 콩보다 세 배 이상 비싼 국산 콩을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릉초당두부 양득철 전무는 원가 상승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구조라며, 국산 콩 소비를 제조사에 떠넘기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