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훈화 대신 '뮤지컬'~함평 청소년들, 마음 건강을 노래하다
2025-10-20 11:32
add remove print link
"내 얘기 같아"…무대 위 '아싸' 주인공에 공감과 위로의 박수 쏟아져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생명 존중', '정신 건강'.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자칫 지루한 훈계나 딱딱한 강의로 흐르기 쉬운 주제들이다.
전남 함평군이 이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 교과서 대신 '무대'를, 강의 대신 '노래'를 선택했다. 지난 16일과 17일, 함평 지역 3개 학교(함평골프고·함평초·함평중)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공연은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기념하는 가장 특별한 수업이 되었다.
####강당을 채운 멜로디, 마음의 벽을 허물다
함평군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서 벗어나,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새로운 시도였다. 무대에 오른 창작 뮤지컬 〈어쩌면 아싸를 사랑하는지도〉는 내성적이고 겉도는 주인공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점차 마음을 열고, 자신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학생들은 스마트폰에서 잠시 눈을 떼고, 무대 위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에 때로는 웃고 때로는 숨을 죽이며 온전히 몰입했다. 나와 닮은 주인공의 모습에 깊이 공감하며, 자연스럽게 생명의 소중함과 관계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자,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다
객석의 조명이 켜지고 공연이 막을 내렸지만, 행사는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토크 콘서트'에서는 배우들과 학생들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주인공처럼 힘들 땐 어떻게 해야 해요?", "친구의 고민을 들어줄 때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등 평소 마음속에 담아뒀던 솔직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배우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솔한 답변을 건넸고, 학생들은 무대 위 감동을 현실의 고민과 연결하며 한 뼘 더 성장했다.
####'치료'가 아닌 '일상의 관심'으로
이번 뮤지컬 공연은 정신건강이 더 이상 특별하거나 아픈 사람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상익 함평군수는 "정신건강의 핵심은 질병이 있고 없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균형을 잘 잡고 회복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며, "이번 공연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주변 친구들의 마음에 더 귀 기울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함평군은 앞으로도 문화와 체험을 결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마음 건강을 꾸준히 돌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