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 원짜리가 3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6700만 원대 수익

2025-10-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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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창도 안 열렸는데 매진?” 야구팬들 분노 폭발
암표거래 40배 폭증…티켓베이 불법장터로 변했다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 뉴스1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 뉴스1

야구장 입장권이 ‘투자 상품’으로 전락했다. 정가 9만 원짜리 좌석이 30만 원이 되고, 25만 원이던 외야석이 정가의 7배인 150만 원대까지 치솟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모여야 할 경기장이 '암표상 장터'가 됐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가을야구 시즌에서 불법 암표 거래가 새로운 차원으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들이 단순한 중개 역할을 넘어 조직화한 암표 거래의 온상의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티켓베이에서 일어난 거래는 약 29만 8000건. 이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소수 판매자 441명이 전체 거래의 41%를 차지했다. 이들은 연간 1인당 평균 278장을 팔아 6700만 원대의 수익을 챙겼다. 범위를 상위 20%로 넓히면 전체 거래의 80% 이상을 독식한다. 이는 티켓 재판매가 이제 개인 간의 자유로운 거래가 아닌 영리 목적의 사업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9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9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최근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경기 티켓을 두고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면, 정상적인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한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5일 공식 예매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98% 이상이 매진됐다. 예매창조차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자만 13만 명을 넘었다. 그리고 예매가 끝나기도 전에 암표들이 봇물처럼 올라왔다.

한 경기의 스윗박스석 25매가 1매당 30만 원에 총 750만 원어치로 한 판매자 계정에서 올라온 사례도 있다. 이 좌석의 정가는 9만 원이었다. 1인당 무려 660만 원대의 이윤을 챙긴 셈이다. 정가 75만 원짜리 중앙테이블석은 90만 원대에서 최대 449만 원까지 가격이 붙었다. 블루존 좌석은 정가 45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일부 유명 경기의 티켓은 1장에 100만 원을 호가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암표상들은 자동 구매 프로그램을 써서 공식 예매처에서 순간에 대량의 표를 싹쓸이한 뒤 티켓베이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린다. 한 사람 계정에서만 수십 장의 같은 좌석이 올라오는 모습들이 포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식 예매처들이 매크로를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암표상들이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내는 까닭에 대응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거래가 벌어지는 플랫폼들의 태도다. 티켓베이를 비롯한 재판매 플랫폼들은 일관되게 '개인 간 자유로운 거래 중개'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상위 1%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이는 명백한 변명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들이 사실상 조직화한 암표상들의 거래를 암묵적으로 방조하는 셈이다. PIN 방식이나 '기타 거래' 명목으로 암표 거래가 자행되도록 허용함으로써 불법 행위에 공모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대응도 미흡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는 2020년 6200여 건에서 2025년 8월 말 기준 25만 9000여 건으로 5년 만에 40배 넘게 폭증했다. 탐지 시스템이 고도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급증 추세는 여전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제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신고 사건 중 조치가 이뤄진 건 4.6%에 불과하다. 올해도 5.9%에 머물러 있다. 예매 취소나 경고 정도가 고작이다.

현행 법률도 문제다. 경범죄처벌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는 벌금 20만 원 이하로 처벌된다. 사실상 암거래를 조장하는 셈이다. 법이 현장 거래를 전제로 만들어져 온라인 리셀을 사각지대에 두고 있다. 암표상들이 마음놓고 활동할 수 있는 이유다.

일반 팬들의 박탈감은 극심하다. 스포츠를 즐기려는 팬의 기본적인 권리가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에 의해 침해받기 때문이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박탈감은 심해진다. 전문가들은 반복적인 대량 매입과 고가 전매 행위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먼저 법적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말이 많다. 현재의 경범죄 수준 벌금으로는 수십만 원대의 수익을 노린 암표상들을 억지할 수 없기에 온라인 암표 거래를 명확히 규정하고 더 무거운 형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티켓베이 같은 재판매 플랫폼이 상습 판매자를 적발하고 제한할 수 있는 실명 확인, 거래 패턴 모니터링, 의심 거래 차단 등의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식 예매처 보안 강화도 필수다. 매크로 등의 자동화 도구로부터 시스템을 지켜내는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1인당 예매 수량 제한, 본인 확인 강화 등의 절차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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