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척의 배, 그 희망의 빛이 보성의 밤을 밝힌다
2025-10-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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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이 등불처럼 피어나는 곳, '2025 보성 국가유산 야행'~과거로 떠나는 이틀간의 시간여행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조선의 운명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이순신 장군의 이 한마디. 그 꺼지지 않는 희망의 배경이 되었던 역사의 땅, 보성에서 올가을 가장 특별한 밤이 펼쳐진다.
오는 10월 24일과 25일, 보성읍 일원이 고즈넉한 한옥의 실루엣 위로 화려한 빛의 옷을 입고, 잠들어 있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깨우는 '2025 보성 국가유산 야행'의 막을 올린다.
####빛의 장막이 걷히면, 역사가 말을 걸어온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리면, 보성의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번 야행의 주제는 '조선의 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 재건의 발판이 되었던 군량미 확보의 현장이자, 항일 정신의 불씨를 지폈던 보성의 역사적 공간들이 최첨단 미디어아트와 은은한 조명으로 되살아난다. 관람객들은 열선루에서 오충사에 이르는 '빛의 거리'를 거닐며,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된 듯 돌담길과 처마 끝에 스며든 역사의 숨결을 오롯이 느끼게 될 것이다.
####"군량미를 확보하라!"…나는야 조선의 백성
이번 축제의 백미는 단연 관람객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참여형 프로그램 '군량미를 구하라!'이다. 이는 득량만에서 쌀을 모아 이순신 장군의 수군을 도왔던 백성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역사 체험 미션이다. 참가자들은 행사장 곳곳의 부스를 돌며 미션을 수행하고 쌀을 모아 옛 곡식 창고인 '조양창'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축제를 넘어, 나라를 위해 한마음으로 쌀을 모았던 '십시일반'의 정신을 직접 체험하며 오늘의 나눔 문화와 연결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눈과 입, 그리고 마음까지 사로잡는 하룻밤의 향연
보성의 밤은 지루할 틈이 없다. 역사 속 인물이 직접 해설사로 나서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역사 투어(야로), 이순신과 선거이 장군의 활약상을 담은 흥미진진한 공연(야설)이 관람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출출해진 배는 지역 청년들이 운영하는 이색 프리마켓 '당근마켓 1597'과 향토 음식이 가득한 야식(夜食) 코너에서 채울 수 있다. 깊어가는 가을밤, 보성 명품 차(茶)와 함께하는 명상 프로그램(야숙)으로 고즈넉한 하룻밤을 마무리하는 것도 오직 보성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