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자랄 줄 몰랐는데... '연 매출 2억' 경쟁자 없는 고소득 작물
2025-10-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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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아무리 늘어도 높은 수준의 소득 올릴 수 있는 작물“

서울에서 10년간 기업 사회공헌 분야에서 일하던 청년이 코로나19와 번아웃을 계기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가볍게 시작한 제주살이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한국인들에겐 다서 낯선 작물인 올리브를 선택해 청년농부의 길을 걷게 됐다. 귀농 5년 차. 청년은 연 매출 2억 원을 바라보는 부농이 됐다.
'작목반장' 유튜브 채널에 최근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제주도 예래동에서 올리브 농장 '올리브스탠다드'를 운영하는 이정석 대표는 현재 1500평 규모의 농장에 올리브 나무 200주를 키우고 있다. 그가 키우는 올리브 나무는 4년 차다. 이미 수확이 가능한 단계다. 다만 이 대표는 나무를 키우는 것에 조금 더 욕심을 내 수확보다는 나무 생장에 집중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이 대표는 서울에서 10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코로나와 번아웃이 겹치면서 다음 인생을 고민하게 됐고, 제주도 1년 살기를 결심했다. 그는 "가볍게 들어왔는데 제주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뭘까 고민하다 우연하게 올리브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귀농 작물로 올리브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첫 번째는 저영농비용 작물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샤인머스캣 같은 사례를 봐도 지속 가능성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수급은 개인 한 사람의 농가로서 조절되는 게 아니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비용"이라며 "올리브는 고부가가치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리브오일 가격은 500ml 기준 평균 프리미엄급이 5만~10만원 정도다. 이 대표는 "올리브오일은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식용유 계에서 최고 프리미엄 제품이고 가격대도 되게 높다"며 "가격대를 만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지역적 강점이다. 올리브는 지중해에서 왔다. 제주도에서만 노지 재배로 잘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시장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이 대표는 흥미로운 계산 결과를 내놨다. "지금 제주도 노지 감귤 전체 면적을 올리브밭으로 다 바꾼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현재 올리브오일 소비량의 3분의 1밖에 못 채운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가 아무리 늘어나도 소득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는 내한성이 영하 10도까지 가능하지만, 한국에서는 3~4년마다 찾아오는 한파 때 육지 지역에서 냉해를 입는다. 그래서 아직까지 육지에서는 전문 재배하는 지역이 없다. 제주도가 국내 유일의 올리브 전문 재배지인 셈이다.
올리브 재배의 장점은 병해충 관리가 쉽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올리브가 자기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폴리페놀 같은 쓴 성분 때문에 벌레나 새가 못 먹고, 그 성분이 올리브오일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인간한테도 좋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확을 기계로 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동력 수확기를 이용해 진동으로 열매를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1000평 기준 올리브 농장의 기대 수익은 연 2500만~3000만원 정도다. 감귤이 1000평당 1700만~18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매출도 높지만 비용이 훨씬 적다"며 "비료비, 방제비, 인력, 수확 등이 다 적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올리브 열매의 수매가는 kg당 1만6000원 정도이고, 잎은 1만~1만5000원 정도다. 흥미롭게도 잎이 더 비싸다. 인건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열매는 기계로 따지만 잎은 손으로 따야 한다.
이 대표는 올리브 나무가 심어진 후 4년 정도 지나야 본격적으로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소득 공백 기간에는 올리브 잎을 수확해 가공 제품을 만들고 있다. 올리브 잎에는 올리브오일에 들어 있는 좋은 성분이 40배 이상 더 들어 있다. 말차, 추출액, 티백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소득을 창출한다.
귀농 초기 비용은 대출로 충당했다. 땅을 살 때 대출을 받았고, 나무로 된 집을 짓는 데 2000만~3000만원이 들었다. 묘목 200여 주를 사는 비용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노지 재배이기 때문에 시설비, 난방비가 들지 않고 방제비와 수확비도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제주 올리브스탠다드는 다양한 가공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첫 제품은 감귤과 올리브를 섞은 잼이었다. 이후 티백차, 사이다, 추출액, 말차, 화장품, 비누, 클렌징오일, 스파클링소다 등을 만들었다. 올리브 잎을 건조한 제품은 식품 회사와 화장품 회사에서 원물로 구입해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이 대표는 제주 올리브 농가 20곳 중 유일하게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현재 유기농 인증을 준비 중이다. 또한 제주 올리브 연구회를 만들어 생산자들을 모으고, 국제 올리브 대회를 제주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36곳의 올리브오일이 수상했는데, 제주 올리브는 동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올리브오일 테이스팅도 진행한다. 와인처럼 올리브오일도 품종마다 맛이 다르기에 테이스팅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품종을 찾을 수 있다. 풋풋한 풀 향이 나고 목으로 넘겼을 때 알싸하게 따가운 맛이 나는 것이 좋은 올리브오일이라고 한다. 가격대로는 500ml에 3만원 이상이면 몸에 좋은 성분이 충분히 들어 있는 오일이라고 설명했다.
제주 올리브스탠다드의 매출은 작년까지 연 1억원 정도였고, 올해는 2억원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제품 판매와 체험이 반반이었지만, 현재는 체험 쪽 비중이 더 높아졌다. 농장에서는 영농창업 이야기, 올리브 나무 재배 방법, 올리브오일 테이스팅, 올리브 절임 마리네이드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체험 공간은 필요에 따라 50~60명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올리브에 관한 책도 출간했다. "청년농 입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콘텐츠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전문성으로 가야 한다"며 "정보들을 모아서 지식을 쌓고 입지를 다진 후 제주 올리브를 홍보할 때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올리브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도 있다. 크게 두 가지 나무가 있는데, 실생묘(씨앗으로 난 나무)와 삽목묘(가지를 잘라 키운 나무)다. 이 대표는 "품종묘를 사야 한다"며 "실생묘는 10년은 키워야 꽃과 열매를 볼 수 있지만, 삽목묘는 3년생 정도만 돼도 열매와 꽃이 핀다"고 설명했다. 잎 뒷면 색깔을 보면 구별할 수 있는데, 실생묘는 초록색이고 삽목묘는 은색이다.
이 대표는 귀농 작물로 올리브를 추천하는 이유로 자산성 가치가 있다는 점을 꼽았다. "다른 과수는 30년 지나면 버리는데 올리브는 관상수로서 가치가 높아 나무 자체가 자산으로서 땅처럼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대표는 "경쟁자가 별로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기회"라며 "이것도 쉽지는 않지만 내가 농업 분야에서 못 한다면 다른 업에 가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가 성공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농업은 다른 업에 비해 경쟁률이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지중해가 원산지인 올리브 나무는 5000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진 작물이다. 올리브 열매에서 짜낸 올리브오일은 '액체 황금'으로 불리며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올리브오일에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풍부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폴리페놀, 비타민E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 방지와 염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다.
올리브 잎 역시 건강 효능이 뛰어나다. 올리브 잎에는 올레유로페인이라는 성분이 올리브오일보다 40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어 항균, 항바이러스, 항염 작용을 한다. 또한 혈압 조절과 혈당 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올리브 잎 추출물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차로 많이 활용된다.
올리브 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1000년 이상 사는 나무도 있으며,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은빛 잎과 우아한 수형 때문에 관상수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올리브 나무를 실내 공기정화 식물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올리브스탠다드라는 이름처럼 한국 올리브 산업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농업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 사는 이야기인 것 같다. 올리브로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의 이야기들을 엮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주 올리브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인생이 더 즐거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