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삭힌 홍어는 애교... 세계에서 가장 냄새가 심하다는 음식 1위
2025-10-2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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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도 기피 대상이라는 전통 음식의 정체

지구 최북단의 눈과 얼음의 나라 그린란드.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의 겨울을 견딘 이곳 사람들에겐 현대인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음식이 있다. 바다표범의 배 안에서 7개월간 발효된 500마리의 새들. 한국의 삭힌 홍어를 뛰어넘어 세계에서 가장 악취가 난다고 알려진 전통음식 '키비악'이다. 생존을 위해 태어난 이 음식은 오늘날 그린란드 젊은 세대에조차 기피의 대상이 됐지만, 여전히 이 음식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키비악은 그린란드인, 특히 그린란드에서도 북쪽 끝에 거주하는 이누이트족의 전통 발효식품이다. 이 음식이 유명한 이유는 강한 악취와 기괴한 먹는 방식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악취가 심한 음식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그 냄새는 악명이 높다.
원래 키비악은 비타민과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따르는 이누이트들에게 거의 필수식품이었다. 극한의 혹한 속에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구할 수 없었던 그린란드에서 키비악은 비타민 결핍을 막기 위한 생존 음식이었다. 주로 따뜻할 때 만들어 겨울에 먹었으며, 결혼과 생일잔치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이 음식이 없었다면 이누이트족은 추운 겨울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오면서 키비악을 깍듯이 여기는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키비악을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먼저 바다표범의 내장을 뺀 뒤 그 속에 북극뇌조나 각시바다쇠오리 같은 새를 잡아 통상 500마리까지 꽉꽉 눌러넣는다. 새를 넣을 때는 깃털이나 부리 같은 못 먹는 부위도 상관없이 모두 집어넣는다. 그 다음 바다표범 배를 꿰매고 최대한 내부 공기를 뺀다. 꿰맨 부분엔 파리를 쫓는 바다표범 기름을 바른다. 이후 돌로 눌러 두거나 땅에 묻어 약 7개월 동안 발효한다. 요즘은 간략화돼 바다표범 대신 두꺼운 비닐봉지를 쓰기도 한다.
제조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 새나 잡아다가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발효가 잘 안 되는 새 종류들을 넣으면 보툴리누스 같은 유해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할 수 있다. 이런 걸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8월 그린란드의 아반나타주 시오라팔루크라는 57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서 솜털오리로 만든 키비악을 먹은 70대 남성과 40대 딸이 사망했다. 이 일로 그린란드에서는 식품 위생 규정이 논의되기도 했다.
키비악을 먹는 방식은 더욱 독특하다. 먼저 바다표범의 배를 가르고 새를 꺼낸다. 이후 새의 항문에 입을 대고 녹은 새의 내장을 짜 먹는다. 그런 다음 새의 털을 뽑고 살을 뜯어먹는다. 수개월간 발효돼 적당히 삭아 있는 뼈도 씹어먹거나 골수를 빨아먹는다. 간혹 다른 익은 고기에 발라 소스처럼 먹기도 한다.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고 새 깃털만 제거하면 식사 준비가 끝난다.
그린란드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키비악의 냄새는 참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음식이다. 목포MBC가 지난해 이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낸 적이 있는데, 한 그린란드 주민은 "달콤한 느낌"이라고 맛을 설명했다.
키비악은 여러 매체에도 등장했다. 일본의 유명한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가 북극권 탐험 중 장기간 그린란드 에스키모와 생활하며 키비악을 실제로 만들고 먹어본 경험을 여러 모험기에 상세히 기록했고, 이를 통해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됐다.
현재 키비악은 그린란드에서도 젊은 층이 먹기 힘든 음식이 됐다. 과거 식량이 없던 시절 비타민 결핍을 막기 위한 생존 필수식품이었지만,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오면서 굳이 이 음식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만드는 사람도 중노년층 중심이며, 이들조차 직접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먹을 것이 많으니 굳이 키비악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젊은 세대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다만 일부 젊은 층이 이 전통을 지키려 하고 있어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키비악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극한의 환경 속에서 생존해온 이누이트족의 삶의 방식과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누이트족은 '바다의 어머니'라는 전설을 믿으며, 인간이 자연을 잘 가꾸고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욕심 없이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따라왔다. 그리고 자연에서 음식을 얻는 방식이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