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살해된 대학생 '부검 결과' 나왔다

2025-10-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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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웬치에 숨겨진 충격적인 범죄의 실체는?
국제 범죄조직의 그늘, 대학생의 비극적 최후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대학생 부검 결과가 공개됐다.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턱틀라 사원에서 진행된 공동부검 결과,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모(22)씨의 시신에서는 전신에 피멍과 구타 흔적이 다수 확인됐지만, 흉기에 의한 자창이나 신체 훼손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후 국내에서 진행될 조직검사와 약독물검사 결과, 그리고 한·캄보디아 양국 수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사인을 확정할 방침이다.

◆ 시신 전신에 멍 다수, 흉기 흔적은 없어

이날 부검은 오전 9시 27분(현지시각)부터 약 4시간가량 진행됐다. 부검 관계자는 박씨의 시신 전신에 다수의 멍이 있었지만, 흉기에 찔리거나 절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구타 흔적이 있다고 해서 사망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조직검사와 약독물검사를 국내에서 추가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uratart-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muratart-shutterstock.com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검안 결과를 토대로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를 사인으로 기록했지만, 국과수는 약독물검사를 통해 심장 기능 이상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요인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즉, 심장마비가 직접사인인지 여부는 향후 정밀 분석이 끝나야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한·캄 공동 부검, 철통 보안 속 진행

이번 부검에는 양국에서 각각 6명이 참여했다. 한국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3명과 경찰청 과학수사운영계장, 경북경찰청 수사관,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 등으로 구성됐다. 캄보디아 측은 경찰청 관계자와 부검의 등 6명이 참여했다. 부검단이 검은색 승합차 3대를 타고 사원에 도착하자, 캄보디아 경찰은 약 50여 명을 투입해 현장을 통제하고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일반인의 접근은 전면 차단됐다.

경찰청은 부검이 끝난 박씨의 시신을 20일 오후 11시 30분(현지시간)부터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신은 21일 오전 7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하며,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이 유해를 인수받아 유족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 박씨, ‘박람회 참석’ 이유로 출국 후 실종

박씨는 지난 7월 17일 가족에게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러나 8월 8일 캄폿주 보코산 인근 ‘웬치(범죄단지)’라 불리는 지역의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에는 심한 멍과 상처가 있었으며, 고문을 당한 흔적이 뚜렷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수사 끝에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했으며,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동포 2명에 대해서는 추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지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이 단순 폭행이나 개인적 갈등이 아닌, 조직적인 범죄와 연계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Utoimage-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Utoimage-shutterstock.com

◆ 외국인 잇따라 사망… ‘범죄단지’의 실태

중앙일보가 18일 오후 현장을 찾았을 당시, 턱틀라 사원은 각국에서 이송된 시신으로 가득했다. 사원 한쪽에는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성의 영정과 함께 과자, 콜라, 가짜 달러, 꽃 등이 놓여 있었고, 다른 탁자에는 부적과 맥주가 올려져 있었다. 일부는 영정조차 없이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사원 관계자는 “이곳에 안치되는 시신 대부분이 20~30대 중국인이고, 한국인 시신도 2~3개월 간격으로 들어온다”고 말했다. 현지 가이드는 “외국인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많지만, 실제로는 폭행이나 감금 같은 범죄 피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각국의 대응 속 한국은 뒤늦게 움직여

이번 사건은 캄보디아 내 불법 구금과 폭행, 온라인 범죄 실태를 드러내며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미 미국과 영국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내 범죄단지 운영에 연루된 대기업 프린스 그룹과 천즈 회장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일본은 지난 8월 수사관 80명을 투입해 자국민 29명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동남아 국가들과 공조 수사를 강화해왔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서 약 2000곳의 해외 사기 거점을 폐쇄하고, 8만 명 이상을 검거했다. 이후 관련 조직을 추가 수사해 총 36만6000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 국제 공조 수사와 근본 대책 필요

박씨 사건은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국제 범죄조직의 실체와 그 위험성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단순히 한 국가의 치안 문제를 넘어, 아시아 전역의 청년층을 노리는 불법 인신매매 및 사이버 범죄 구조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해외 범죄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 송환이나 부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범죄 발생지 국가와의 지속적인 정보 교류와 공조 수사를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씨의 정확한 사인은 향후 국과수의 정밀검사와 양국 수사 협력 결과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현지 조사로 드러난 폭행 흔적과 부검 결과를 종합할 때, 이번 사건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조직적 폭력의 결과일 가능성은 여전히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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