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추억의 맛이 돌아온다…36년만에 재탄생했다는 '한국 라면'

2025-10-21 11:54

add remove print link

개당 1000원 넘는 프리미엄 라인업 내놓아

36년 전, 잘못된 정보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라면이 돌아온다. 한때 ‘공업용 기름’ 논란으로 사라졌지만, 지금은 프리미엄으로 재탄생했다.

라면 자료사진 / grey0083-shutterstock.com
라면 자료사진 / grey0083-shutterstock.com

삼양식품이 ‘우지 라면’을 다시 선보인다. 국내에서 우지로 면을 튀긴 라면이 판매되는 건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36년 만이다.

삼양식품은 오는 11월 신제품 ‘삼양라면1963’을 출시할 계획이다. 제품명에 붙은 ‘1963’은 삼양라면이 처음 세상에 나온 연도를 뜻하며, 초창기 방식처럼 면을 우지(소기름)로 튀긴 제조 방식을 다시 채택했다.

우지로 튀긴 라면은 팜유에 비해 고소하고 깊은 풍미가 특징이다. 단, 60년 전의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최근 소비자 취향에 맞춰 국물맛과 식감을 업그레이드했고, 삼양식품의 국물라면 중 처음으로 우골(소뼈)로 만든 별첨 액상스프도 포함됐다. 농심의 프리미엄 라면인 ‘신라면 블랙’과 유사한 형태다.

제조 원가가 높은 만큼 가격대도 프리미엄급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기존 삼양라면이 개당 700원 수준인 데 반해, ‘삼양라면1963’은 개당 15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양라면 브랜드로 1000원이 넘는 가격대 제품을 내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60년대 판매되던 삼양라면과 삼양칼국수 / 삼양식품
1960년대 판매되던 삼양라면과 삼양칼국수 / 삼양식품

삼양식품이 우지 라면을 다시 꺼내든 배경에는 풍미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팜유는 맛이나 향에서 뚜렷한 특징이 없지만, 우지는 특유의 고소함과 진한 맛으로 프리미엄 라면에 어울린다는 판단이다.

대중 인식 변화도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때 ‘공업용 우지’라는 오명으로 삼양식품을 고사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우지 파동은, 실제로는 ‘곡해된 사건’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조사 결과 해당 기름은 정제 과정을 거쳐 식용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고,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익명의 투서로 시작된 우지 파동은 국내 식품업계 최악의 오보 사례로 남았다. ‘공업용’이라는 단어가 소비자에게 잘못된 공포감을 안겼고, 결과적으로 삼양식품은 라면 1위 자리를 농심에 내준 데 이어 오뚜기에도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 뉴스1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 뉴스1

삼양식품이 다시 반등한 것은 2020년대 들어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면서부터다. 이번 우지 라면 출시는 삼양이 다시 한 번 브랜드 정체성과 원조 이미지를 강조하며 새로운 히트작을 찾으려는 시도다.

건강에 대한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 봉지 기준 지방 함량은 16g으로 일일 섭취 권장량의 약 30% 수준이다. 포화지방산 함량도 우지 43%, 팜유 50%로, 상대적으로 팜유 쪽이 더 높다. 우지의 건강 위험성은 과장되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거의 논란을 정면 돌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소비자가 느끼는 맛의 차별성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