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달다” 감탄... 1마리 1만원 이상, 대하보다 5배 비싸다는 한국 해산물
2025-10-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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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계의 명품'으로 불리는 이 새우

가을 바다의 진미 보리새우가 식도락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무인도 한복판에서도 셰프들이 탐낼 만큼 귀한 이 새우는 짙은 줄무늬와 누런빛을 띤 몸, 단단한 껍질 속에 감춰진 달콤한 속살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흔든다.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생보리새우를 한입 베어 물자 “달다”는 감탄이 절로 터지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며, 제철 보리새우의 위상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최근 MBC 예능 ‘푹 쉬면 다행이야’에서 안유성 명장과 이모카세, 파브리 셰프가 무인도에서 제철 보리새우를 잡아 구이와 회로 맛보는 장면이 공개됐다. 셰프들은 “한 마리에 1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보리새우의 가치를 설명했다. 즉석에서 껍질을 벗긴 생보리새우를 맛본 미미는 “진짜 달다”고 감탄했다.
선장이 구워낸 보리새우 소금구이는 특유의 탄력감과 짭조름한 단맛으로 모두의 엄지를 세우게 했다. 튀긴 새우 머리는 “감자튀김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고소함이 폭발했다. 왜 보리새우가 ‘새우계의 명품’으로 불리는지 보여줬다.
보리새우는 십각목 보리새우과에 속하는 갑각류다. 한국 연안과 일본, 중국, 동남아, 인도양 등지에 널리 분포한다. 평균 몸길이는 20cm 안팎이다. 암컷은 최대 26cm까지 자란다. 이마뿔은 위로 휘어 있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10줄 안팎의 굵은 가로 줄무늬가 선명하다. 몸빛은 붉은빛을 띠지만 꼬리와 다리 쪽으로 갈수록 황금빛이 감돌며, 이 누런색이 마치 익은 보리 같다고 해서 ‘보리새우’란 이름이 붙었다. 일본에서는 ‘쿠루마에비(車海老)’, 국내에서는 ‘오도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리새우는 연안의 모래나 진흙이 섞인 바닥, 수심 100m 이내의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산란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대체로 6월부터 9월 사이다. 암컷은 대부분 깊은 바다에서 산란을 마친 뒤 생을 마친다. 부화한 새끼는 강 하구나 만(灣)으로 이동해 자란다. 약 반 년가량 성장한 새우들은 더 깊은 바다로 돌아가 성체가 된다. 수명은 2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보리새우는 대하와 비슷해 혼동되지만 구분은 어렵지 않다. 대하에 비해 등이 곧고, 몸에 가로줄무늬가 뚜렷하며 꼬리 색이 누렇다. 무엇보다 맛의 결이 다르다. 대하가 담백하다면, 보리새우는 단맛이 훨씬 강하다. 살은 탱글하면서도 부드럽고, 씹을수록 은은한 바다 향이 배어 나온다. 익히면 단단하고 진한 감칠맛이 살아나며, 머리 부분에는 고소한 내장이 꽉 차 있다.
보리새우는 고단백 저지방 식재료다. 또한 칼슘과 무기질, 비타민B군이 풍부하다. 특히 껍질째 먹으면 칼슘 흡수율이 높아 뼈 건강에 도움을 주며, 체력 보강에도 효과적이다. 지방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단에도 자주 이용된다.
무엇보다 보리새우는 다른 새우에 비해 상하는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초밥이나 회처럼 날로 먹는 요리에 적합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보리새우가 익힌 새우 초밥의 ‘정점’으로 꼽힌다. 단새우나 도화새우보다도 활용도가 높고,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쉬워 고급 스시야에서 선호한다.
국내에서는 자연산 어획이 대부분이다. 낮은 수온 탓에 양식이 쉽지 않아 생산량이 적고, 이로 인해 가격이 높다. 흰다리새우보다 5배 이상 비싼 경우도 흔하다. 일본은 구마모토현과 아이치현 등지에서 양식에 성공해 전국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자연산에 의존한다. 다만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점차 상승하면서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양식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보리새우의 제철은 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살이 오르고 단맛이 절정에 달한다. 생으로 먹으면 탱글한 식감과 단맛이 살아나고, 구이로 조리하면 껍질의 향과 감칠맛이 더해진다. 소금만 뿌려 구워도 훌륭한 제철 안주가 된다. 튀김으로는 머리 부분이 특히 인기다. 바삭하게 튀겨낸 보리새우 머리는 감자칩처럼 고소하고 바다 향이 진하게 남는다. 이 때문에 스시야뿐 아니라 일식 이자카야, 한식 주점에서도 제철 메뉴로 자주 등장한다.
보리새우의 또 다른 매력은 유통 효율성이다. 다른 새우에 비해 생명력이 강해 물로 축인 톱밥에 담아 수송할 수 있다. 덕분에 운송비용이 낮고 신선도가 유지된다. 일본에서는 이를 활용해 전국 어디서나 신선한 보리새우 초밥을 맛볼 수 있게 됐다.
시중에서 ‘보리새우’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말린 새우 중에는 실제 보리새우가 아닌 북새우를 말린 제품도 있다. 붉고 작은 북새우는 전혀 다른 종이다. 진짜 보리새우는 덩치가 크고 줄무늬가 있으며, 생으로 봤을 때 황금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 소비자라면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