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대놓고 검찰 수사 방식 비판...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2025-10-2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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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에게 무죄 선고하며 “수사가 진실 왜곡”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검찰에서는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창업자에게 “검찰에서는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가 21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찰 수사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법원이 검찰을 향해 공개적으로 수사 행태를 질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재판부는 무죄 주문을 읽은 뒤 "본건과 별다른 관련성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지양됐으면 한다"고 검찰을 직격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 사건뿐만 아니라 별건으로도 조사를 받았고, 수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돼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별건 압수수색 이후 이전 진술을 번복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며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자 동기와 이유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세조종을 위해 공모했다는 이씨의 진술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이지만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무죄 주문 후에도 "앞서 말했듯 이씨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안 됐을 것"이라며 "이씨는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기소됐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 10월 보석이 인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왔다. 검찰이 같은 해 12월 석방 취소를 항고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불구속 상태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의 대규모 장내 매수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시세조종으로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매수 주문의 시간 간격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 조종성 주문과는 차이가 있으며, 시세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해 정상적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시장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이 끝난 뒤에도 SM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며, 카카오의 주식 매수가 시세조종이 아닌 물량 확보 목적이었다는 피고인들의 진술이 합당하다고 봤다. 또 검찰 주장과 달리 당시 카카오 측에 SM 경영권 인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카카오 투자테이블에서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정해지거나 공개매수 저지 논의·시세조종 공모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된 주식회사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펀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김 센터장은 무죄 선고 후 취재진을 만나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 주시고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카오 측도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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