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땅만 사고 첫 삽도 못 뜬 우금티 성역화… ‘기억의 풍화’ 막을 마지막 기회”

2025-10-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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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성지, 20년째 멈춘 성역화 사업
‘투트랙 전략’ 제안… 행정의 결단이 남았다

“20년간 땅만 사고 첫 삽도 못 뜬 우금티 성역화… ‘기억의 풍화’ 막을 마지막 기회”, 이상표 의원 / 공주시의회
“20년간 땅만 사고 첫 삽도 못 뜬 우금티 성역화… ‘기억의 풍화’ 막을 마지막 기회”, 이상표 의원 / 공주시의회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로 불리는 공주 우금티. 그러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성역화 사업’은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시민의 혈세 100억 원이 넘게 투입됐지만, 기념관은커녕 기반시설만 남은 현실에 “역사의 풍화가 시작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주 우금티는 1894년 동학농민군이 “사람이 하늘”이라 외치며 봉기했던 역사적 현장이다. 이후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진 ‘민주주의의 뿌리’로 평가받지만, 정작 현장은 ‘패전지’라는 오해 속에 방치돼 왔다.

공주시는 지난 20여 년간 세 차례에 걸쳐 성역화 계획을 발표하며 총 105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산은 토지 매입과 주차장, 탐방로 조성 등 기초공사에 쓰였고, 정작 핵심인 ‘기념자료관’과 ‘전망탑’ 건립은 단 한 차례도 추진되지 않았다.

이에 이상표 공주시의원은 최근 본회의 발언을 통해 “이제는 계획 검토와 보고의 단계가 아니라 결단의 시기”라며 “선(先) 토지매입, 후(後) 시설건립이라는 낡은 행정의 틀을 깨고, 핵심시설 건립과 부지 매입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기념자료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우금티의 정신을 담을 그릇”이라며 “지연이 계속될수록 역사는 시민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콘텐츠 구성 위원회를 즉시 발족하고, 전국 공모를 통해 기념관 설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했다.

우금티는 현재 위령탑 외에 별다른 시설이 없는 상태로, 방문객들은 역사적 의미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사회에서도 “공주시가 매입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민주주의의 산실을 후세가 체험할 수 있는 교육·문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우금티 성역화는 단순한 지역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원형을 복원하는 역사적 책무로 평가된다. 해외에서는 프랑스 ‘바스티유 광장’, 폴란드 ‘연대노조 기념관’처럼 민주주의의 현장을 국가 차원의 교육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사례가 있다.
공주시 역시 이제는 땅 위의 흔적이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서의 우금티를 완성할 실질적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념관의 첫 삽”은 단지 건축의 시작이 아니라, 역사를 다시 현재로 불러오는 시민의 결단이 될 것이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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