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야구장 표 구하기 힘든 이유 따로 있었다
2025-10-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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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 커플석 40만원에 팔기도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프로야구 티켓을 매크로로 대량 예매한 뒤 암표로 판매한 40대 남성과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유포한 20대 2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21일 밝혔다.

매크로는 동일한 작업을 자동으로 반복하도록 설정된 프로그램으로, 스포츠 경기나 공연 등의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티켓을 선점하는 데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 씨(42)는 2023년 3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의 피시방 여러 곳에서 매크로를 실행해 예매 인원과 좌석 좌표를 자동 입력하는 방식으로 총 5,254회에 걸쳐 프로야구 티켓 1만881장을 예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예매한 티켓은 암표로 되팔았으며, 중고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5억 7천만 원 상당의 금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순이익은 약 3억 12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의 1루 커플석을 정가 4만 원에서 최대 40만 원에 판매하는 등, 정가의 10배에서 많게는 15배 비싼 가격에 되팔았다. 지난 3월 22일 하루 동안에만 128장의 티켓을 판매해 1527만 원의 수익을 챙겼다.
A 씨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기아 타이거즈 등 다수 구단의 경기 티켓을 취급했다. 예매에는 가족 명의의 아이디 등 복수 계정을 사용했고, 대기 과정을 건너뛰고 좌석 선택 창으로 직행할 수 있는 '직접링크'를 활용해 예매 속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선예매가 가능한 유료 멤버십에 가입한 뒤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확보한 후 암표로 판매했다.

경찰은 온라인 암표 유통을 단속하던 중 A씨의 불법 행위를 포착하고 잠복수사를 벌여, 지난 7월 25일 경기 여주시의 한 피시방에서 컴퓨터 3대를 동시에 작동시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예매하던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매크로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검거된 B 씨(26)와 C 씨(28)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다수의 이용자에게 유료로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제작한 매크로는 단순 예매뿐 아니라 취소표 자동 구매, 여러 예매 사이트 적용 기능 등을 탑재하고 있었으며, 프로그램의 기능과 종류에 따라 4만 원에서 12만 원의 금액을 받고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들이 총 973명에게 1488회에 걸쳐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해 약 86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구단의 팬 대상 선예매 제도가 암표에 악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건전한 관람 문화를 위해 매크로 제작·유포 및 암표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