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한국 개미들 영끌·빚투·몰빵... '오징어 게임'식 투자 정말 위험” 경고
2025-10-21 18:02
add remove print link
단기 차익의 유혹... 위험한 금융 투자의 그림자
과거 내 집 마련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행위)하던 한국의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이 이제는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개미들이 고위험 자산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쏟아붓는 현상이 새로운 금융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고 20일(현지 시각)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내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는 5년 전 대비 3배로 증가했다. 단기간에 이익을 얻으려는 욕구로 인해 기존의 절약형 투자 성향은 사라지고, 대신 레버리지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고위험 상품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레버리지 ETF 자산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며 글로벌 투자자 중에서도 위험 선호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집단으로 꼽히고 있다.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시장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이어진다.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의 거래량 비중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반면 글로벌 주요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거래 비중의 50% 이상을 차지해 보수적 투자 중심 구조를 이루고 있어 한국 시장의 투기적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단기적 수익을 노리는 '몰빵 투자'가 보편화된 셈이다.
한국 투자자들이 이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주된 목적은 과거와 비슷한 '내 집 마련'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기준을 강화하고 부동산 관련 규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부동산 대신 금융시장으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내 집 마련의 문이 좁아진 상황에서 위험자산을 통한 단기 차익 추구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투자 행태가 버블(거품) 붕괴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주요 증시는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나, 블룸버그는 "AI 붐은 영원하지 않다"고 충고했다.
만약 기술주 중심의 버블이 꺼질 경우 과도하게 차입해 투자한 한국 개미들이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버블 붕괴가 단순히 개인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신용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국내 경제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투자자 상당수가 장기적 전략보다는 '오징어 게임'처럼 도박식 베팅을 즐기고 있다"며 "이 같은 투기적 행태는 금융 불안을 키울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