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내란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불법행위…실체 파악 잘 못했다”
2025-12-30 09:46
add remove print link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이혜훈 기획예산처(기획처) 장관 후보자가 30일 “내란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불법적 행위”라며 “그러나 당시에는 내가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1년 전 엄동설한에 내란극복을 위해 애쓴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기 위해 오늘 이자 자리에 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내란은 헌정사에 있어서는 안 될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며 “정당에 속해 정치를 하면서 당파성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를 놓쳤음을 오늘 솔직하게 고백한다”고 했다.
또 “기획처 초대 장관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앞둔 지금 과거의 실수를 덮은 채 앞으로 나아갈 순 없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나의 판단 부족이었고 헌법과 민주주의 앞에서 용기 있게 행동하지 못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 앞에 먼저 사과하지 않으면 그런 공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 지키려고 추운 겨울 하루하루 보내고 상처받은 분들, 나를 장관으로 부처 수장으로 받아들여 줄 공무원들, 모든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저의 오판을 국정의 무게로 갚으라는 국민 명령이라 생각했다”며 “계엄으로 촉발된 우리 사회 갈등·분열을 청산하고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는 데 혼신의 힘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의구심과 관련해 “차이를 잘 조율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의견을 도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일과 관련해 명확한 의사 표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인사권으로 지명할 수 있지만 충분히 자기 실력을 검증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검증'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 후보자를 향한 여권 내부의 비판 기류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을 믿고 밀어주시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잘 된 결정일수록 성공한 결정이 되도록 도와주시라”며 “이 후보자가 과거 허물이 있다면 그 부분은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할 수 있도록 채찍은 가하되, 이 대통령 결정까지 그렇게 (비판)하지는 마시고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이 후보자가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이력 등을 두고 당내 일부와 범여권 정당에서 비판이 제기된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