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정성스레 키웠더니…매일 수백만원 '잭팟' 터진 뜻밖의 '동물'
2025-10-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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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건강 식재료에 숨겨진 가치
유튜브 등을 통해 강원도 춘천의 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백봉 오골계 농장에 대한 이야기가 재조명받고 있다.

2023년 9월 방송된 EBS '극한직업' 백봉 오골계 농장에 대한 스토리가 그려졌다. 해당 방송분은 최근 유튜브 콘텐츠로 재가공돼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해당 농장 측은 6개월 정도 정성을 들이면 귀한 보양식으로 통하는 백봉 오골계가 매일 수천 개의 달걀을 낳아 농장 전체를 움직이게 한다고 밝혔다. 농장은 약 10만 마리 백봉 오골계를 사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백봉 오골계는‘흰 봉황이라 불릴 만큼 귀한 품종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황실에서만 키우던 봉황계로 알려졌고,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약선 요리에 쓰이는 고급 보양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털은 눈처럼 새하얗지만, 피부·뼈·내장까지 모두 검게 물들어 있는 독특한 체색을 가진다.
이 농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축사마다 닭 울음소리가 메아리치며 새하얀 닭들이 마당을 가득 메운다. 닭보다 귀하지만 닭보다 예민한 이 품종은 작은 환경 변화에도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하루라도 온도와 습도 관리가 느슨해지면, 수백 마리가 동시에 폐사할 위험이 있다.

백봉 오골계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온도다. 병아리가 태어나면 생후 15일까지는 24시간 내내 34도를 유지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온도가 떨어지면 체온을 잃고 금세 쓰러진다. 때문에 농장주는 밤낮없이 온도계를 들여다본다.
병아리 시절을 잘 넘겨야 비로소 백봉 오골계로 자랄 수 있다. 약 6개월이 지나면 첫 알을 낳기 시작하고, 그 후 1년 이상 정성스럽게 키운 개체는 보양식용으로 출하된다. 하지만 생존율이 낮아, 10마리 중 2~3마리만이 건강하게 성장한다. 그만큼 한 마리 한 마리가 귀하다.
성체로 자란 암컷은 평균 3~4일에 한 번꼴로 알을 낳는다. 10만 마리 중 약 3분의 1이 산란계로 활동하면서 하루 약 3천 개의 달걀을 낳는다. 이 달걀을 수거하는 작업이 이 농장의 핵심 노동이다. 축사마다 알이 낳힌 위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꾼들은 바닥을 일일이 살피며 허리를 숙여 달걀을 주워야 한다. 하루에 천 번 넘게 허리를 굽혔다 펴는 과정을 반복한다.

수거한 달걀은 이물질이 묻은 채로 옮겨지기 때문에, 세척과 분류 역시 전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흙과 분변이 묻은 알은 손으로 닦지 않으면 기계 세척으로는 완전히 깨끗하게 만들 수 없다. 작업자들의 손끝이 닳고 굳은 이유다.
백봉 오골계는 흙 위에서만 자란다. 플라스틱 바닥이나 콘크리트 축사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아 폐사율이 급격히 높아진다. 마사토가 깔린 공간에서 흙목욕을 하고, 부리를 흙에 박아 이물질을 제거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일정 주기마다 바닥 흙을 전부 긁어내고 새 흙으로 교체한다. 먼지가 자욱하고 냄새가 진동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해 집단 감염이 일어난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소독약을 뿌리며 병아리들이 사용할 공간을 다시 정비한다. 이 작업은 강도 높은 노동 탓에 인력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들이 투입돼 새벽부터 밤까지 쉼 없이 움직인다.

수거된 달걀은 분류실로 옮겨져 기계와 손 세척을 거친다. 깨진 알, 오염된 알, 크기가 작은 알은 모두 선별 과정에서 걸러진다. 알 하나하나를 비추어 결점을 확인하는 작업은 전적으로 사람 손에 의존한다. 이후 깨끗이 세척된 달걀은 크기별로 포장돼 전국의 식당과 직거래 고객에게 배송된다.
백봉 오골계의 알은 크기가 일반 달걀보다 작지만, 영양 성분은 훨씬 높다. 철분과 아연 함량이 일반 달걀의 1.5배 이상으로, 기력 회복이나 피로 개선 효과가 뛰어나다. 이 때문에 보양식 식당이나 한의원 약선 요리용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건강 달걀’로 알려지며 주문량이 늘고 있다. 농장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생산량 3천 개 중 절반 이상이 예약 주문으로 나가며 하루 매출은 수백만원에 달한다.

백봉 오골계는 달걀뿐 아니라 고기 자체도 귀하게 취급된다. 1년 이상 키운 개체는 숙지황·계피·강황·홍삼 등 10여 가지 약재를 넣고 24시간 동안 달여 ‘백봉 오골계 진액’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과거 궁중에서 임금의 원기 회복을 위해 사용하던 조리법을 현대식으로 재현한 것으로, 지금도 일부 약선 전문점에서는 한 병에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
닭보다 예민하고, 닭보다 귀하지만, 닭보다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백봉 오골계. 6개월의 정성이 쌓이면, 하루 3천 개의 알이 매일 수백만 원의 수익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