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발에 가득 찰 정도…” 나오면 안 되는데 제주서 바글바글 출몰해 난리 난 ‘생명체’

2025-10-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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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의 푸른 손님, 청색꽃게의 습격
기후변화가 부른 열대 게의 북상

최근 제주 해역이 낯선 푸른빛으로 물들고 있다. 통발마다 이례적으로 잡혀 올라오는 정체불명의 ‘푸른 게’. 다름 아닌 청색꽃게(타이완꽃게)다. 동남아시아의 따뜻한 바다에서나 볼 수 있던 이 아열대성 생물이, 이제는 제주 바다에서 ‘바글바글’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지난 21일 헤럴드 경제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제주 연안 곳곳에서 청색꽃게의 출현이 잦아지며 SNS에는 “낚시 중 처음 보는 파란 게를 잡았다”는 목격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통발에 가득 찰 정도로 잡힌다”고 말할 만큼 그 개체 수가 급증했다.

청색꽃게는 이름처럼 껍질이 선명한 파란색을 띠며, 주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남태평양 등 아열대 해역에서 서식하는 종이다. 우리나라 남해안에서도 가끔 발견된 사례가 있었지만, 제주에서 이 정도 규모로 확인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올해 들어 출현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 점이 주목된다.

제주서 발견된 청색꽃게 자료 사진 / 유튜브 'SBS STORY'
제주서 발견된 청색꽃게 자료 사진 / 유튜브 'SBS STORY'

식용으로도 가능한 청색꽃게는 우리나라 꽃게보다 다소 색이 진하고 다리 길이가 길다. 맛은 기존 꽃게와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제주 현지에서는 잡히자마자 삶거나 찜으로 조리해 먹는 사례도 있다. 제주도 거주민 박모(30) 씨는 “이번 여름에 동네 주민들한테 얘기를 듣고 인근 바다를 찾았는데, 통발에 처음 보는 게가 잔뜩 잡혀 있어 놀랐다”며 “맛도 기존 꽃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가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청색꽃게의 출현은 단순한 자연 변덕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7년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1.58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상승 폭(0.74도)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제주서 발견된 청색꽃게 자료 사진 / 유튜브 'SBS STORY'
제주서 발견된 청색꽃게 자료 사진 / 유튜브 'SBS STORY'

특히 제주 바다의 변화는 심각하다. 제주 지역의 고수온 발생일수는 2020년 22일에서 2021년 35일, 2022년 62일, 2023년 55일로 꾸준히 늘었고, 올해는 무려 85일간 고수온 특보가 유지되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수온 상승이 열대성 해양 생물의 북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튜브, SBS STORY

청색꽃게의 등장은 단순한 ‘희귀종 관찰’이 아니라 생태계 균형 변화의 신호다. 기존에 제주 해역에서 서식하던 꽃게, 전복, 소라 등 토착 어종의 서식 환경이 달라지고, 먹이사슬이 교란될 가능성도 크다. 아열대성 종들이 늘어날수록 토착 어류와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청색꽃게의 상품화 가능성을 언급한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이미 주요 식용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제주 바다에 장기적으로 정착할 경우, 이 생명체가 단순한 ‘신종 수산물’이 아니라 ‘생태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제주 어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통발마다 청색꽃게가 걸린다”는 말이 일상 대화에 오를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몇 해에 한 번 보기도 힘들던 생물이 이제는 ‘잡히면 놀라운 게’ 아닌 ‘너무 잘 잡히는 게’가 된 셈이다.

청색꽃게의 대량 출몰은 단순히 ‘색이 다른 꽃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다의 온도가 바뀌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제주의 통발에 가득 찬 푸른 게들은, 지금 우리 바다가 얼마나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경고등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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