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 없이 전후좌우 이동에 제자리 회전까지… 현대차 아이디어 모였다
2025-10-22 18:58
add remove print link
현대자동차그룹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 개최… 해외 1팀, 국내 6팀 아이디어 선보여
대상은 조향 없이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저상형 모빌리티가 수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임직원들의 창의적 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내 경연대회 '2025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연구개발 의지를 북돋우고, 자유로운 발상을 실물 제작으로 연결하기 위한 사내 혁신 프로그램이다.
◆ 16년째 이어온 경연… 양산 차량에도 기술 적용된 사례 있어

현대자동차그룹은 2010년부터 매년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열어 임직원의 창의적 연구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특히 대회를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가 실제 차량이나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21년 최우수상에 오른 '다기능 콘솔'은 이후 싼타페에 '양방향 멀티 콘솔'로 상용화됐으며, 2023년 대상 수상작인 시각장애인 보조 시스템 '데이지(Day-Easy)'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실증 시험을 진행 중이다.
백정욱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인사실장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임직원들이 혁신의 씨앗을 싹 틔우는 창"이라며 "더 많은 연구원들이 창의 역량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 이번 경연에는 어떤 아이디어가 나왔나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부터 사내 공모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또한 예선을 통과한 국내 6개 개발팀에는 약 7개월간 제작비와 실물 제작 공간을 지원했다.
‘글로벌 챌린저(Global Challenger)’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 현대차 연구원으로 구성된 ‘Go V2L’ 팀이 가장 먼저 ▲전기 꼬리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이 아이디어는 V2L 콘센트를 케이블 형태로 확장해 차량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V2L 기능의 활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고안됐다. 쉽게 말해, 차량 내부에 ‘돌돌이 케이블’이 내장된 구조다.
'FMV' 팀이 발표한 ▲디지 로그 락 시스템은 차량 컨트롤러를 활용한 잠금 시스템이다. 기존의 자동차 글로브 박스는 열쇠로 잠그는 경우가 많았고, 최신 전기차에 와서는 비밀번호 방식을 도입한 경우도 있었다. 디지 로그 락 시스템은 차량 내부 컨트롤러를 활용해 잠금 패턴을 설정할 수 있다. 컨트롤러를 상하좌우로 밀고 돌리는 방식을 패턴으로 남기는 것이다. 개발팀은 잠금 해제 편의성을 높이고 탑승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해당 기능을 개발했다고 밝히며, 잠금 해제뿐만 아니라 시동, 카페이, 발렛모드 등을 활성화 하는 것으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퍼트레일러토잉 팀은 ▲트레일러 토잉 프리 컨디셔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과정에서는 높은 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발열이 발생한다. 해당 시스템은 트레일러를 체결했을 때 ECU가 이를 판단해서 선제적으로 파워트레인을 냉각해 견인 성능을 향상시킨다. 개발팀은 기존 파워트레인의 냉각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부품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트레일러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데시벨’ 팀은 안전벨트를 활용한 차량 제어 시스템 ▲디벨트(dBelt)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상체를 숙여 차량 내 기기를 조작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일종의 안전벨트 커버다. 커버에 내장된 버튼을 눌러 오디오, 시트 등받이 등 일부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개발팀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임산부, 장애인 등도 손쉽게 차량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앤트랩’ 팀이 선보인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Active Omni Navigation Transporter)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저상형 모빌리티다. 바퀴가 전후뿐 아니라 좌우로도 구동되며, 한쪽 바퀴를 고정하면 제자리 회전도 가능하다. 별도의 조향 장치 없이 XYZ축 전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다. 개발팀은 컨트롤러를 이용해 기기가 직접 움직이는 모습을 시연했고, 행사 진행을 맡은 배성재 아나운서 역시 손쉽게 조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흰수염고래’ 팀의 ▲S.B.S(Seat & Belt with Stability)는 발달장애인이 차량 탑승 중 불안감을 느낄 때 안정감을 제공하는 장치다. 시트 등받이와 안전벨트에 부착된 공기 주머니에 공기를 주입해 포옹하는 듯한 압박감을 전달한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불안을 완화하는 ‘딥 터치 프레셔(Deep Touch Pressure)’ 개념에서 착안한 것이다. 복지기관과 협업을 통해 진행한 실험에서 장치 사용 시 심박수는 평균 24%, 스트레스 지수는 34%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Art’ 팀은 ▲스냅 플레이트 기능을 공개했다. 이는 차량에 부착된 연락처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번호판만으로 차주와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현대자동차 앱 ‘마이현대’에 연락처를 등록해 두면, 다른 사용자가 앱을 통해 차량 번호판을 인식할 때 차주의 안심 연락처로 자동 연결된다. 또한 주변 환경을 함께 감지해 실제 차량에 부착된 번호판인지 확인한 뒤에만 연결이 이루어지도록 설계했다. 개발팀은 향후 전화번호뿐 아니라 주소, 결제 정보 등을 연동해 응급 상황에서의 구조 요청이나 카페이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 개발팀이 대상 차지

역대 수상자와 연구개발본부 임직원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심사를 수행했으며, 구현성·독창성·기술 적합성·고객 지향성 등이 평가 기준이다.
대상은 '액티브 옴니 내비게이션 트랜스포터'를 개발한 앤트랩 팀이 차지했으며, 상금 1000만 원과 2026 CES 견학 기회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최우수상은 '디지 로그 락 시스템'을 개발한 FMV 팀과 '트레일러 토잉 프리 컨디셔닝'을 개발한 수퍼트레일러토잉 팀이 수상했으며, 상금 500만 원과 HMGICS(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견학이 제공된다.
나머지 3팀 역시 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정의 상금과 함께 국내 견학의 기회를 제공 받았다.
※ 더 많은 자동차 관련 소식은 모빌리티 전문 매체 '카앤모어'에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