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아니다…방문율 863% 폭등, 외국인들 몰려드는 뜻밖의 ‘이곳’ 정체
2025-10-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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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떠오른 글로벌 관광지의 비밀
외국인이 사랑하는 서울의 숨겨진 일상 공간
서울 MZ세대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성수동이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성수 일대가 외국인들로 붐비며 서울의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앞. 한경 트레블 보도에 따르면 가장 먼저 들려온 건 한국어가 아니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베트남어 등이 뒤섞인 대화 소리가 역 앞을 가득 채웠다. 여행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 지도를 살피며 동선을 의논했고, 곳곳의 골목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성수’를 반드시 방문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현장이었다.
성수역 3번과 4번 출구 사이 연무장길 일대에는 디올 성수, 올리브영N, 탬버린즈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밀집해 있다. 매달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고, 평일 낮에도 거리는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3번 출구 방향의 ‘카페 거리’는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어 커피를 손에 든 여행객들이 카메라를 번갈아 들고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 이어진다. 인기 매장 앞은 주소를 검색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긴 대기 행렬이 눈에 띈다.
한 베이커리 앞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은 매체에 “성수엔 트렌디한 상점이 많아서 좋다. 한 건물 안에 다양한 브랜드가 들어 있고, 직접 발라보거나 체험할 수도 있다. 사진 찍기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중국인 관광객 역시 “성수는 한국에서 최신 유행을 볼 수 있는 곳 같다. 더우인(중국 틱톡)에서도 ‘한국 오면 꼭 가야 할 곳’으로 자주 언급돼서, 한국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성수를 찾았다”고 전했다.

점심 무렵, 40년째 자리를 지킨 감자탕집 앞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긴 줄이 늘어섰다. 오후 12시 40분 기준 대기 인원은 약 80명, 이 가운데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성동구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을 분석한 결과, 성수동을 찾은 내국인 방문객은 2018년 1993만 명에서 지난해 2620만 명으로 31%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방문객은 6만 명에서 3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소비 역시 함께 확대됐다. 성수 지역 카드 매출액은 2014년 637억 원에서 지난해 2384억 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 빅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성수 방문율은 전년 1분기 대비 863.5% 급등했다. 명동(13.1%)이나 서교동(27.7%) 같은 전통 관광지 대신 ‘현지인처럼 걷는 일상형 동네’를 찾는 자유여행객이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명동이 대형 매장과 환전소 중심의 ‘원스톱 쇼핑 허브’라면, 성수는 카페·편집숍·로컬 베이커리·팝업스토어·식당 등이 얽혀 있는 ‘생활형 동선’으로 차별화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단순한 쇼핑을 넘어 한국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특히 성수의 인기를 견인하는 또 하나의 축은 K뷰티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올리브영N 성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8000명에 달하며, 외국인 매출 비중은 70% 수준으로 집계됐다.
성동구 성수관광안내도 관계자는 “SNS를 통해 성수를 알고 찾아오는 분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과 더우인(틱톡)에는 ‘#성수카페거리’, ‘#성수핫플’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명동이 전통적인 ‘쇼핑의 중심’이라면, 성수는 이제 ‘한국의 일상’을 체험하는 무대로 부상했다. 대형 쇼핑몰 대신 감각적인 카페와 편집숍, 베이커리, 코스메틱 매장, 팝업스토어가 이어지는 성수의 거리가, 서울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들의 새로운 여정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