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간식인 줄 알았는데…‘국내 과일’에서 발견된 의외의 효능
2025-10-2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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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억제 물질 찾아 건병증 치료 가능성 확인
토종 과일 다래에서 근육과 힘줄 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성분이 발견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토종 다래 ‘오텀센스’ 품종의 과실에서 분리한 천연 성분 ‘미리세틴(Myricetin)’이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건세포(힘줄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건병증은 노화나 반복적인 근육 사용뿐 아니라 비만으로 인한 대사 이상으로도 생기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한 번 생기면 회복이 쉽지 않고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기 쉬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연구진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정태우 교수팀과 함께 미리세틴이 세포의 사멸을 막고 손상된 세포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작용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에서는 지방산의 일종인 팔미트산으로 고지방 환경을 만든 뒤 미리세틴을 투입했다. 그 결과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사이토카인)과 활성산소의 생성을 크게 억제했고 세포 조직을 구성하는 성분이 회복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건 조직의 재생과 기능 회복에 의미 있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주사나 수술 없이도 자연 유래 성분으로 건병증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리세틴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개발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에도 실렸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김철우 박사는 “자연에서 얻은 성분만으로도 염증성 질환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다래 ‘오텀센스’ 품종의 기능성을 높이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다래, 우리 산속이 길러낸 자연의 키위
다래는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덩굴식물로, 작고 부드러운 열매 속에 새콤달콤한 맛을 품고 있다. 겉모습은 작지만 껍질째 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한입 베어 물면 은은한 단맛과 상큼한 향이 퍼진다. ‘산속의 키위’라는 별명답게 실제 키위의 원종에 해당하며 우리 기후에서 자생하는 고유한 과일로 꼽힌다.
다래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수확된다. 이 시기가 되면 열매가 알맞게 익어 껍질이 갈색빛을 띠고 과육은 부드럽고 달콤해진다. 산간 지역에서는 9월 중순부터 10월 초 사이가 절정기로 꼽히며 평지에서는 조금 이른 8월 말부터 수확이 시작된다. 한창 무르익은 다래는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부드럽게 들어가고, 향긋한 단내가 올라올 정도로 농익은 맛을 자랑한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피로 회복과 면역력 강화,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당도가 높고 수분이 많아 생과로 즐기기 좋고, 잼이나 청, 주스, 술로 가공해도 특유의 풍미가 오래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