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인데 소고기 맛이 난다는 생선회... 이름부터 신비로운 생선의 정체

2025-10-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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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를 뿌린 듯 검은 반점이 온몸에 흩뿌려진 독특한 외형의 생선

어름돔 회 / '수빙수tv' 유튜브
어름돔 회 / '수빙수tv' 유튜브
어름돔이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있다. 뭔가 차갑고 신비로울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이 물고기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소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후추를 뿌린 듯한 검은 반점이 온몸에 흩뿌려진 독특한 외형의 이 생선은 구하기조차 쉽지 않아 미식가들 사이에서 '환상의 물고기'로 통한다.
어름돔 / '수빙수tv' 유튜브
어름돔 / '수빙수tv' 유튜브

지난 22일 유튜브 채널 '수빙수tv'에 올라온 영상에서 진행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3.8kg짜리 어름돔을 kg당 2만8000원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어름돔은 농어목 하스돔과에 속하는 어류로 수심 100m 이내의 모래질 및 암초 해역에 주로 서식한다. 체장이 최대 50cm에 이르며 두부와 체측이 심하게 좌우로 납작한 난형의 체형을 갖고 있다. 전체적인 체색은 회녹색이지만 진갈색 횡대 무늬와 반원형 무늬, 종대 무늬가 복합적으로 형성돼 마치 후추를 뿌려놓은 듯한 외관을 자랑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특징 때문에 '고쇼다이'라 부른다. 후추를 뿌린 돔이라는 뜻이다.

국내 연근해에는 벤자리, 군평선이, 어름돔, 청황돔, 동갈돗돔, 꼽새돔, 하스돔 등 하스돔과 어류 8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어름돔은 동갈돗돔과 함께 담수역에서도 생활이 가능한 특성을 지녔다. 태평양 서부의 한국 남부, 일본 남부에서 인도네시아까지, 그리고 인도양의 아라비아해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부안, 여수, 목포, 부산, 제주 등지에서 발견된다.

어름돔의 가장 큰 특징은 전형적인 육식성 어종으로 갑각류를 주로 섭취한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도 어름돔의 위 속에서 새우류, 쏙, 심지어 게껍질까지 발견돼 갑각류 위주의 식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란기는 5월에서 6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어린 개체들이 내만으로 몰려든다. 특히 산란기를 전후한 시기에 서서히 얕은 여밭으로 나오는데 최근 들어 그 양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실제로 올해 8월 전북 부안 격포 형제섬 일대에서는 한 배당 100마리에 가까운 어름돔이 낚인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이 남방계 어종의 북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어름돔은 주로 낚시로 잡히는 어종이다. 민어나 농어를 노리는 외수질 낚시 중에 '덤'으로 걸리는 경우가 많다. 격포 지역에서는 형제섬, 풍력발전소 인근, 위도권 일대에서 특히 잘 낚인다.

영상에서 진행자는 어름돔을 해체하며 "지방간처럼 간에 지방이 끼어 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실제로 어름돔은 흰살생선이지만 기름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로 떴을 때 육질은 매우 단단했다. 유튜버가 "칼이 잘 안 들어간다"며 "힘줄이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어름돔 회 / '수빙수tv' 유튜브
어름돔 회 / '수빙수tv' 유튜브

맛에 대해서는 "완전 소고기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식감이 육사시미를 연상케 하며 특유의 비린 향도 없고 깔끔하다는 것이 시식 소감이었다. 다만 등살의 경우 기름기가 적어 다소 담백한 편이라 연어알이나 묵은지, 아보카도 같은 재료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튜버는 껍질 부위에 대해선 매우 질기다고 했다. "턱이 나간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반면 뱃살 부위는 기름기가 풍부해 "대창의 기름 부위와 곱창의 곱을 합쳐놓은 맛"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매운탕으로 끓였을 때는 뼈에서 진득한 사골 맛이 우러나왔다고 한다. 진행자는 "어름돔은 뼈다귀다. 뼈다귀에서 진득한 맛이 난다"며 "사골 같다"라고 평가했다. 국물이 깊고 구이나 튀김으로 조리해도 맛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스돔과 어류는 특유의 맛과 육질을 지닌 횟감으로 정평이 나 있어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생산량 자체가 적어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어름돔도 예외가 아니다. 주로 낚시로 잡히기에 어획량이 한정적이고 이에 따라 가격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서해에서도 어름돔이 간간이 낚이고 있다. 선장들에 따르면 어족자원이 많이 줄어 고기는 많이 잡히지 않지만 어름돔, 볼락 등 남해에서 잡히는 어종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는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연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 17도에 이르면 서해에도 차가운 물에 사는 물고기는 구경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름돔은 구하기 어려운 만큼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화려한 외관, 단단한 육질, 진한 국물 맛까지 갖춘 어름돔은 앞으로도 고급 어종으로서의 입지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개체수가 많지 않고 주로 낚시로만 포획되기 때문에 대중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진행자는 "가격 대비로는 참돔이 더 나을 수 있다"면서도 "비주얼이 워낙 화려하고 처음 먹어보는 거라 의미가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어름돔 / '수빙수tv'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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