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몰랐다... '중국발 재앙' 말없이 해결 중이라는 고마운 한국 물고기

2025-10-2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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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 골치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쥐 닮은 생선'의 정체

말쥐치 회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말쥐치 회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매년 중국 연안에서 거대한 해파리 떼가 남하한다. 바다의 흐름을 막고 어민들의 그물을 찢어놓는 이 ‘바다의 재앙’은 한국 어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골칫거리다. 그런데 이 해파리를 말없이 처리하는 ‘자연의 청소부’가 있다고 한다. 쥐포의 원료로 쓰이는 생선 말쥐치다.

유튜브 채널 ‘생선선생 미스터S’가 23일 공개한 영상 ‘중국에서 내려오는 재앙 해파리를 말없이 해결하고 있다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생선 이야기’에서 말쥐치의 놀라운 역할을 소개했다.

말쥐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말쥐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말쥐치는 해파리의 유생 단계인 폴립부터 성체까지 적극적으로 사냥한다. 바위틈에 붙은 폴립을 찾아내 씹어 먹고, 수백 배 큰 노무라입깃해파리에도 달려들어 뜯어 먹는다. 다이버들이 촬영한 바다 속 영상에는 실제로 말쥐치 무리가 해파리를 둘러싸고 작은 주둥이로 살점을 야금야금 뜯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고 한다.

해파리를 뜯어먹는 말쥐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해파리를 뜯어먹는 말쥐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해파리를 잡아먹는 습성 덕분에 말쥐치는 ‘해파리 킬러’로 불린다. 해파리의 번식력을 억제하는 자연 생태계의 방어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남해안과 제주 연안에서 해파리 피해가 커지면서, 말쥐치가 생태계 균형을 지키는 숨은 조력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말쥐치는 복어와 가까운 친척뻘인 생선이다. 머리 위에는 유니콘처럼 뾰족한 가시가 나 있고, 입은 작고 돌출돼 있다. 이름처럼 ‘쥐’와 닮은 생김새 때문이다. 비늘이 없고 껍질이 두꺼워 손으로 벗기면 가죽처럼 벗겨지는데, 이 덕에 서양에서는 ‘레더재킷 피시(leather jacket fish)’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 세 종류가 대표적이다. 그중 말쥐치는 몸이 길고 단단하며, 최대 50cm까지 자란다. 따뜻한 물을 좋아해 남해와 제주 연안에 주로 서식하지만, 최근 수온 상승으로 점차 북상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객주리’로 불린다. 객주리 조림, 객주리 매운탕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산란기는 5월에서 8월이며 얕은 연안에 알을 낳는다. 수컷은 주둥이 윗부분이 볼록하고 체형이 길쭉한 데 반해 암컷은 좀 더 둥글고 크다. 금어기는 5~7월이다. 이 시기에는 포획과 유통이 금지된다. 다만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양식이 이뤄지는 덕분에 금어기에도 시장에서 볼 수 있다. 말쥐치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고수온에도 강한 어종이라 양식 효율이 높다. 현재 통영과 거제 일대에서 양식이 활발하며, 동해안에서도 시험 양식이 진행 중이다.

1970년대엔 말쥐치가 경남 삼천포(현재는 사천시)를 대표하는 생선이었다. 당시 쥐포의 원료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국의 말쥐치가 삼천포로 몰렸다. 1978년 한 해에만 16만 톤이 잡히며 어획량 1위를 기록했고, 지역 내 쥐포 가공공장만 200곳이 넘었다. 쥐포 산업 덕분에 삼천포는 전국 수협 중 위판고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과도한 남획으로 자원이 고갈되자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이후에는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게 됐다. 현재 국내산 말쥐치로 만든 쥐포는 극히 드물고, 일부 소규모 공장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쥐포는 단순히 간식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일으킨 산업이었다. 건어물 가공업체, 사료 공장, 유류 공급소, 항만 물류업체, 식당과 선술집까지 쥐포 덕에 성장했다. 말쥐치는 그렇게 한 도시의 역사를 만들고 또 사라졌다.

요리로서의 말쥐치도 매력이 크다. 지방이 적고 살결이 단단해 회, 조림, 탕, 구이, 튀김 등 어떤 방식으로도 어울린다. 특히 회는 얇게 썰어야 제맛이다. 두껍게 썰면 육질이 너무 질겨 턱이 아플 정도다. 작은 개체를 뼈째 썰어 먹는 세꼬시로 즐기면 뼈의 고소한 맛이 배어든다.

일본에서는 말쥐치가 가을철 별미로 통한다. 회뿐 아니라 간이 별미로 꼽히는데, 크리미하고 고소한 맛 덕에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리기도 한다. 간을 으깨 간장에 섞어 회를 찍어 먹으면 심심한 살맛을 보완해준다.

조림으로 만들면 살이 단단해 부서지지 않고, 닭고기처럼 쫄깃한 식감이 난다. 양념이 배면 비린내가 거의 없고 살을 발라 먹기 편하다. 매운탕 재료로도 인기가 있다. 끓여도 살이 탱탱하게 유지되고 국물이 깔끔하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말쥐치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해파리를 잡아먹는 능력이다. 어린 시절에는 플랑크톤을 먹지만, 성체가 되면 작은 갑각류와 함께 해파리를 즐긴다. 거대한 해파리 앞에서도 겁내지 않고 달려들어 살점을 뜯어 먹는다. 영상 속 해설자는 말한다. “‘다구리’에는 장사가 없다. 해파리든 뭐든 (말쥐치) 무리가 달라붙으면 버티지 못한다.”

말쥐치 / ‘생선선생 미스터S’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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