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확 쏠린다…베일 싸인 APEC 정상만찬, 경주한우와 나란히 ‘유력 후보 생선’ 정체

2025-10-2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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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가 그리는 경주의 味 外交
세계 정상들의 식탁, 비밀 메뉴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국 정상들을 맞이할 정상 만찬의 식탁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최지의 정체성을 담은 지역 식재료가 메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주 한우와 더불어 ‘유력 후보 생선’으로 가자미가 거론되고 있다.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APEC 정상 만찬의 구체적인 메뉴는 오는 31일 행사 당일에야 공개될 예정이다. 국가 정상급 행사의 특성상 모든 의전이 보안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만찬 메뉴 공개 시점은 현재 협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개최지 경주의 특산물 중심으로 식재료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외교가 안팎의 공통된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주시는 천년한우, 이사금 백미, 가자미 등을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꼽는다. 산과 바다를 모두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양한 농·축·수산물이 공존하는 도시로 평가받는다. 특히 ‘천년한우’는 이번 만찬에 오를 가능성이 큰 1순위 후보로 꼽힌다. 경주축협이 2006년부터 운영해온 지역 브랜드로, 관내 약 2000개 농가에서 4만두가량을 사육 중이다.

천년한우는 일반 소고기보다 감칠맛이 진하고 육질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소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화식 사료를 먹이며 키워 고소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구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2022년 대형 유통업체가 주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천년한우는 국내 11개 한우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 정체성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대표 메뉴로서 만찬 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관심사는 ‘경주 앞바다의 생선’이다. 경주는 동해안과 접하고 있어 가자미,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가자미는 ‘경주 대표 생선’으로 손꼽히며, 유력 후보군의 중심에 있다.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 덕분에 서양식 코스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정상 만찬의 메인 혹은 서브 메뉴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튜브, KBS News

실제로 2005년 부산 APEC 정상 만찬에서도 지역 식재료인 소고기가 활용돼 너비아니가 메인으로 올랐던 사례가 있다. 이번 경주 APEC에서도 천년한우와 함께 가자미 요리가 나란히 오르는 ‘한우·수산 복합 메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메뉴만큼 관심을 끄는 것은 ‘만찬주(晩餐酒)’의 선택이다. 지난 8월 열린 ‘APEC 문화산업 고위급대화 대표단 환송 만찬’에서 이미 힌트가 나왔다. 당시 행사에서는 경북 지역의 대표 전통주와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미리 만나보는 정상 만찬주’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경주의 교동법주(약주), 김천 수도산와이너리의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과실주), 경주 교촌도가의 대몽재 1779(약주), 명인안동소주의 증류식 안동소주 등이 소개됐다. 외교가에서는 이들 중 두세 가지가 이번 만찬에 공식 건배주와 식후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상회의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 / 연합뉴스
정상회의 열리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 / 연합뉴스

이번 정상 만찬은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출신 셰프 에드워드 리가 총괄 셰프로 참여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인으로, 지난해 백악관 한미 정상 국빈 만찬에도 초청된 바 있다. 에드워드 리 셰프는 외교부 공식 유튜브 인터뷰에서 “이번 만찬을 통해 한국 음식 재료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전통을 지키며 아름다운 것과 혁신을 추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가 ‘K-푸드 외교’의 새로운 장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한류 확산과 함께 한국 음식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천년한우와 경주 가자미가 세계 정상들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면 그 자체로 한국 농수산물의 품격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내 월드 음식점 / 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북 경주시 보문단지 내 월드 음식점 / 연합뉴스

행사 전부터 베일에 싸인 만찬의 메뉴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경주 한우’와 ‘가자미’ 두 지역 대표 식재료가 나란히 오를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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