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 등급인데 왜 망했나”…기술보증기금, 상위등급 기업 줄도산에 내부평가 허점
2025-10-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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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 평가 ‘최우수’ 받은 기업 회수율 고작 0.1%…평가모델 근본적 점검 요구
보증사고 3년 새 2배 증가…외부 탓만 하는 기금, 책임 회피 지적

[충남=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기술보증기금(기보)이 우수 등급을 부여한 기업들에서 보증사고가 잇따르면서 내부 기술평가모델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AAA 등급 기업의 회수율이 0.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보의 평가체계가 ‘무늬만 정밀’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충남 천안을)이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증사고 업체 수는 2021년 2,530개사에서 2024년 4,719개사로 급증했다. 사고금액도 6,693억 원에서 1조 3,47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이 중 다수가 기술력이 높다고 평가받은 상위등급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A등급 사고율은 2021년 1.58%에서 2024년 3.19%로 두 배 증가했고, AA등급은 0.65%에서 2.12%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회수율은 오히려 하락해 AA등급은 11.8%, AAA등급은 사실상 전액 손실에 가까운 0.1%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기보는 사고 원인을 경기 악화나 코로나 여파 등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있을 뿐, 평가모델 자체의 결함에 대한 진단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기업 실태조사서 역시 회수 가능성이나 법적 조치에만 집중되어 있어, 기술평가 오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재관 의원은 “기술보증기금이 외부 탓만 하며 평가체계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기술력 우수 기업이라는 평가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고 원인을 정밀 분석하고 내부 평가모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술창업 지원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기술보증기금이 ‘평가 잘못’ 하나로 되레 자금 회수율 최하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 제도를 지속할 것이라면 그 신뢰성은 가장 먼저 증명돼야 할 자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