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보다 채취 어려운 버섯... 무릎 꿇고 기어다니며 찾는다는 버섯
2025-10-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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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이 천하제일이라는 버섯의 정체

송이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버섯이 있다. 침엽수림이나 소나무가 섞여 있는 숲속, 척박한 산 능선 낙엽 속에 몸을 숨긴 채 자라는 흰굴뚝버섯이다. 지역에 따라 굽더더기, 굽두더기, 국더더기, 국디디기, 꿀돼지버섯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버섯은 송이보다 채취하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송이를 아는 것은 버섯 공부를 몇 개월 한 것이고, 굽더더기를 아는 것은 몇 년은 해야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
흰굴뚝버섯은 민주름버섯목 굴뚝버섯과에 속한다. 한국, 일본, 유럽, 북아메리카에 분포한다. 버섯갓은 지름 5~20cm로 처음에는 둥근 산 모양이다가 점차 납작해진다.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개체도 발견된다. 갓 표면은 처음에는 회색빛을 띤 흰색이다가 점차 진한 회색으로 변하며 미세한 털로 덮여 있고 가죽 같은 느낌이 난다. 갓의 가장자리는 안쪽으로 말린다. 버섯살은 흰색으로 흠집이 생기면 붉은빛을 띤 자주색으로 변하며 육질은 두껍고 질기다. 버섯대는 길이 210cm, 지름 1.0~2.5mm이며 굵은 원기둥 모양이고 속이 차 있다.
흰굴뚝버섯은 가을철 송이 발생이 끝날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로 소나무림, 특히 20년생 전후의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발생한다. 송이가 날 만한 장소에는 송이가 없어도 흰굴뚝버섯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송이와 발생 환경이 유사하다. 다만 일반적으로 대가 짧아 버섯이 솔잎이나 낙엽 속에 묻혀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없다. 낙엽이 봉긋하게 올라온 곳을 제쳐보면 그 속에 하나씩 또는 서너 개가 무리 지어 나타난다.
채취 전문가들은 흰굴뚝버섯을 찾기 위해서는 소나무와 철쭉이 함께 있는 능선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척박한 환경에서 소나무 뿌리와 철쭉 뿌리가 서로 경쟁하는 곳에서 이 버섯이 잘 자란다. 경사진 곳에서 발생 확률이 높으며, 돌이 많고 척박한 곳이 주요 서식지다. 소나무의 실뿌리가 이러한 척박한 환경을 따라 뻗어가는 곳에서 버섯이 올라온다. 외생균인 흰굴뚝버섯은 척박한 환경에서 잘 자라며, 미생물이 많아지면 살아남지 못한다.
채취 작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 낙엽 속에 묻혀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정성과 사랑으로 걸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칫 밟아서 버섯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기어다니면서 찾아야 한다. 누르면 부서지기 쉬워 아주 부드러운 손길로 다뤄야 하며, 뽑을 때도 한 손이 아닌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뽑아야 한다. 송이와 달리 납작하게 눌려 있어 발견하기가 더욱 어렵다.
흰굴뚝버섯은 능이버섯과 사촌 관계로 불린다. 능이버섯이 참나무에서 발생하는 반면 흰굴뚝버섯은 소나무에서 자양분을 얻어 자란다. 모양이나 약성이 거의 비슷하며, 삶으면 검은 물이 나오는 것이나 약간의 기름기가 있는 것도 닮았다. 다만 흰굴뚝버섯이 능이버섯보다 약간 더 단단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맛은 능이버섯과 거의 흡사하며 약간 쌉쌀한 맛이 있다.
손질에 주의해야 한다. 윗면에 흙이나 나뭇잎이 있을 수 있어 흐르는 물에 씻는다. 대의 밑부분은 반드시 싹둑 잘라야 한다. 옆면에는 흙이 묻어 있을 수 있어 살살 긁어낸다. 처음에는 손으로 만지면 부서지기 쉬우므로 부드러운 손길로 다뤄야 한다.
조리 시에는 끓는 물에 3~5분 정도 데쳐서 버섯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삶는다. 데치고 나면 처음에는 푸석푸석해서 부서졌던 버섯이 쭉쭉 찢어진다. 찢는 과정에서 속 안에 있던 이물질들도 떨어져 나간다. 육질 자체가 능이를 찢는 것 같은 느낌으로 식감이 매우 좋다. 데친 물은 약성이 있어 버리지 말고 보관해 사용한다. 데친 후에는 물에 담가 한나절 이상 우려낸다.
먹는 방법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쳐 먹어도 좋다. 데쳐서 냉동 보관하면서 필요한 만큼 꺼내 먹어도 된다. 찌개에 넣거나 호박과 함께 볶아도 맛있다. 모든 버섯을 볶을 때 호박을 같이 넣으면 좋다.
속리산, 김천 직지사 등지에서는 이 버섯을 굽더더기라고 부른다. 쓰고 아린 맛이 인체의 어혈을 녹이고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며 정혈 작용을 한다. 항암 버섯으로 알려진 영지버섯이 쓴 것처럼 쓴맛이 나는 버섯들은 약성이 강한 편이다. 항암 작용과 항염 효과가 뛰어나고 위와 소화기 계통, 기관지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