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값 폭등에 직격탄…올겨울 유난히 비싸진 뜻밖의 ‘국민 간식’ 정체

2025-10-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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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의 위기, 왜 붕어빵 가격이 폭등했을까?

전국이 아침부터 한 자릿수 기온으로 떨어지며 겨울이 성큼 다가오자, 거리 곳곳에 붕어빵과 국화빵 굽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겨울, 이 따뜻한 국민 간식을 마음껏 즐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붕어빵의 핵심 재료인 팥값이 급등하면서 가격이 예년보다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팥 / 뉴스1
팥 / 뉴스1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산 붉은 팥 가격은 40㎏당 78만 4200원(10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9만 8600원보다 1.5배 이상 뛰었다고 이데일리는 보도했다. 불과 5년 전(36만 7950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 겨울에도 석 달 만에 50만 원대에서 79만 원대로 급등했던 팥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팥 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은 기후 변화다. 팥은 7~9월 사이 꽃이 피고 수확이 이뤄지는데, 최근 몇 년간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가 이어지며 생산량이 급감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팥 생산량은 2019년 이후 매년 줄어 2023년에는 5256톤으로 감소했다. 국내산이 부족하자 수입산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국제 곡물가 상승 여파로 수입 팥 가격 역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손님 기다리는 붕어빵 / 연합뉴스
손님 기다리는 붕어빵 / 연합뉴스

원재료값이 오르자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과거 ‘3개에 2000원’ 혹은 ‘2개에 1000원’이던 붕어빵은 최근 ‘1개 1000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팥뿐 아니라 밀가루, 버터, LPG 가스비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군고구마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10㎏당 3만 1620원으로 전년 대비 5.2% 상승했으며, 10년 전(2만 원대)과 비교하면 1.5배 비싸졌다. 손수레 한 대를 마련하는 데 30만 원 안팎이 들고, LPG 가스비까지 감안하면 이익은 줄어든다. 노점상들에게 겨울 간식 장사는 더 이상 ‘짭짤한 계절 장사’가 아니다.

과거 서울 마포구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 붕어빵을 2개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뉴스1
과거 서울 마포구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 붕어빵을 2개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뉴스1

반면, 편의점 업계는 대량 유통망을 활용해 오히려 겨울 간식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붕어빵 운영 매장을 4000곳에서 5000곳으로 늘렸고, CU 역시 군고구마 매출이 매년 20%가량 늘면서 예년보다 두 달 앞서 햇고구마 판매를 시작했다. 편의점 간식은 ‘노점보다 저렴하고 위생적’이라는 인식으로 소비자 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체에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길거리 간식 판매 노점상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K-간식으로 군고구마나 붕어빵을 찾는 사례도 많아 편의점 내 겨울 간식 판매는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붕어빵은 ‘국민 간식’으로 불릴까. 1930년대 일본의 ‘타이야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붕어빵은, 1960~70년대 밀가루 배급 시대에 값싸고 배부른 서민형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속을 채운 팥의 달콤함과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은 세대를 아우르는 정서적 추억이 됐다. 겨울철 거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붕어빵 포장마차는 그 자체로 한국인의 계절적 풍경이자, 추억의 상징이다.

과거 서울 마포구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 붕어빵을 2개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뉴스1
과거 서울 마포구의 한 붕어빵 가게에서 붕어빵을 2개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 뉴스1

하지만 올해는 그 붕어빵 한 마리를 사 먹기 위해서도 잠시 망설여야 할 만큼 부담이 커졌다. 팥 값 급등, 원자재 인상, 노점 운영비 상승까지 겹치며 ‘겨울철 국민 간식’의 온기가 차츰 식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붕어빵은 여전히 한국인의 마음속 겨울 대표 간식으로 남아 있다. 달콤한 팥 한입에 스며 있는 그 시절의 온기만큼은, 어떤 물가도 쉽게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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