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책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속…“증거인멸 우려”
2025-10-2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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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우려” 판단…임성근 전 사단장 구속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구속됐다.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24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발생한 고(故) 채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지목돼 업무상 과실치사와 군형법상 명령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구속은 사건 발생 2년 3개월 만으로, 지난 7월 출범한 이명현 특별검사팀(순직해병특검팀)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첫 사례다. 특검팀은 지난 21일 임 전 사단장과 최진규 전 해병대 11포병대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만 구속을 결정했다. 반면 최 전 대대장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돼 있다”며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수해 복구 작전 중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이른바 ‘바둑판식 수색’을 지시해 부하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채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다른 해병대원들도 다쳤다. 또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된 상황에서도 임 전 사단장이 원소속 부대장 신분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는 등 권한을 넘어선 작전 개입을 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이 같은 행위는 군형법 제47조(명령위반)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작전통제권이 육군 제50사단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법적으로 자신에게 지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특검 출석 당시 “사단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만 작전통제권이 없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은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 지휘관이었던 최 전 대대장은 영장심사에서 “실질적인 작전 지휘권자는 임성근 사단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사건 직후 부하 장병들에게 접근해 진술을 맞추거나 회유하려 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 사유로 명시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순직해병특검팀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임 전 사단장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벌이며, 당시 작전 지시 경위와 지휘 체계,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함께 규명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향후 채 상병 사망의 경위뿐 아니라 임 전 사단장이 김건희 여사 측 인사와 접촉해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는 의혹, 그리고 대통령실·국방부·경찰 수뇌부가 조직적으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병행 수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