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방부터 시청률 10% 터졌다…파격 그 자체인 '한국 드라마', 넷플릭스 공개
2025-10-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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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와 욕망의 블랙홀,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다
파격과 충격,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첫 방송 전 포스터 공개부터 파격이라는 반응이 쏟아진 드라마 '천사의 유혹'이 넷플릭스에 드디어 공개됐다.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온 '천사의 유혹'은 방송 당시 지상파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복수극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김순옥 작가의 작품이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10%(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를 돌파하며 막장 드라마 신화를 쓴 작품인 '천사의 유혹'은 한국 드라마의 복수 서사를 대표하게 된 작품 중 하나다.
SBS 월화드라마로 방영된 '천사의 유혹'은 2009년 10월 12일부터 12월 22일까지 총 21부작으로 제작됐다. 첫 회부터 전국 시청률 10%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고, 중반부에 접어든 13회에서는 20.4%, 17회에서는 22.6%까지 치솟았다. 최종회는 22.9%를 기록하며 2009년 하반기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꼽혔다.
극본은 '아내의 유혹'으로 전국민적 신드롬을 일으킨 김순옥 작가가 맡았는데, 유혹 시리즈 제2탄으로 기획됐다. '천사의 유혹'은 이전 작품보다 훨씬 어둡고 비극적인 정서로 채워졌다. '아내의 유혹'이 통쾌한 복수극에 초점을 맞췄다면, '천사의 유혹'은 복수 그 자체가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심리적으로 묘사했다.

작품의 기획의도는 명확했다. "복수는 인간의 몫이 아니다." 작가는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며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졌다.
극 중 아내는 부모를 죽게 만든 원수 집안의 아들과 결혼한다. 사랑이 아닌 복수를 위해서다. 그는 자신을 파멸시킨 이들에게 거짓 사랑을 무기로 복수극을 설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이 설정은 당시 방송가에서 김순옥의 가장 잔혹한 드라마로 불릴 만큼 파격적이었다. 밝은 장면 하나 없이 매회 눈물과 배신, 절망이 반복됐다. 기존 김순옥식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던 코믹 캐릭터나 유머 장면이 거의 없었고, 대신 어두운 인간 심리와 비극적 운명에 집중했다.
‘천사의 유혹'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단지 내용 때문만이 아니었다. 방송 전 공개된 포스터가 당시 지상파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위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배수빈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 천사 날개를 달고, 속옷 차림의 이소연 위에 엎드린 장면은 공개 직후부터 지상파에서 이런 홍보가 가능하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버전에서는 이소연이 욕조에 몸을 담근 채 반라 상태로 등장하며 선정성 논란이 확대됐다. 방송 전부터 파격이라는 키워드가 대중 입에 오르내렸고, 결과적으로 첫 방송 시청률 10% 돌파라는 화제성을 견인했다.

촬영 비하인드도 연일 화제가 됐다. 특히 포스터 속 배수빈이 착용한 '천사 날개'는 250만 원 상당의 맞춤 제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의 상징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에서는 의도적인 노출 마케팅이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훗날 김순옥 드라마를 대표하는 상징 이미지로 남았다.
'천사의 유혹'은 배우 배수빈과 이소연의 커리어를 완전히 바꾼 작품이기도 하다. 배수빈은 순수한 사랑과 광기 어린 집착을 동시에 소화하며 섬세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소연은 복수를 위해 거짓 사랑을 연기하는 냉혹한 여주인공으로, 이전의 단아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천사의 유혹'은 단순한 막장극의 범주를 넘어, 김순옥 작가가 이후 선보인 수많은 히트작의 뿌리가 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후 '왔다! 장보리', '펜트하우스'로 이어지는 그의 극단적 인물 구도와 도덕적 회색지대 설정은 모두 이 시기 완성됐다. 특히 복수의 연쇄 구조, 인간의 욕망이 낳는 자기 파멸, 파격적 연출은 '천사의 유혹'을 통해 처음 본격화됐다. 현재까지도 김순옥 드라마 중 가장 어둡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방송 당시엔 막장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간 심리극으로 재평가받는 중인 '천사의 유혹'이다. 복수의 칼날이 결국 자신을 향한다는 냉혹한 주제, 인간의 사랑과 죄의식을 교차시키는 서사는 여전히 강렬하다.
다음은 방영 당시 SBS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 시청률 추이다.

(방송 기간 2009.10.12~2009.12.22)
1회 10.0%
2회 10.6%
3회 11.5%
4회 11.2%
5회 12.8%
6회 14.8%
7회 17.0%
8회 15.8%
9회 18.3%
10회 17.5%
11회 18.5%
12회 18.3%
13회 20.4%
14회 17.2%
15회 19.1%
16회 19.6%
17회 22.6%
18회 20.6%
19회 20.1%
20회 20.0%
21회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