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성병'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알고 보니 사람 때문에 생긴 질병

2025-10-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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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곳에서 번식 목적으로 한 곳에 넣고 키워 번지는 질병”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이 퍼지고 있다. /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이 퍼지고 있다. /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인천 지역 반려견 번식장에서 수십 마리의 개가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에 집단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는 번식장의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감염된 개들이 이미 전국으로 분양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산업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재천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3일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왜 강아지 성병은 전국으로 퍼질까? 강아지 성병 이유' 영상에서 "열악한 환경의 번식장에서 대여 마리가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반려인 1500만 시대를 맞아 너무 많은 사람이 강아지를 키우려는 바람에 강아지를 공급해야 되는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브루셀라병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임질, 매독 같은 성병이라기보다는 환경이 너무 지저분한 상황에서 번식을 목적으로 너무 여러 동물을 한 곳에 넣고 키우다 보면 번지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액이나 질액으로 옮겨지는 게 당연하지만 그 외에도 타액이나 여러 가지 체액, 분비물들이 제대로 깨끗하게 치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하게 되면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은 다행히 브루셀라가 그렇게 만연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며 "더 안타까운 건 감염된 채로 지금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번져 나갔다고 해서 다른 강아지에게 곧바로 옮긴다는 보장은 없고 전염력이 그렇게 강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브루셀라의 제일 막강한 숙주는 개가 아니다. 소나 염소 같은 대형 가축들에서 벌어지는 질병인데 워낙 우리가 개를 많이 기르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시민단체들 조사에 따르면 개를 번식하기 위한 시설이 너무나 열악했다. 분비물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고 여러 마리가 서로 교미를 하는 와중에 브루셀라 균이 급속도로 번져나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이 퍼지고 있다. /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강아지 성병'으로 불리는 브루셀라병이 퍼지고 있다. /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인간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성적인 접촉이 있어야 감염되는 걸로 착각한다"며 "에이즈나 매독처럼 꼭 성적 접촉으로 벌어진다기보다는 성행위를 굉장히 불결한 환경에서 자주 할 경우에 벌어지는 확률이 큰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에게 전염될 확률이 그렇게 높은 건 아니지만 분비물을 제대로 청소해 주지 않은 환경에서 사람과 감염된 개가 같이 살다 보면 상처가 난 피부로 브루셀라 균이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당장 큰일이 난 것처럼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결국 중요한 건 반려동물들을 기를 때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치워주고 끝나는 수준에서 멈추지 말고 그 아이들에게도 내가 참을 수 있는 정도의 정말 깨끗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물들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방법으로 개나 고양이를 분양받을 수 있는 길이 아직 그렇게 활성화돼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그런 산업이 있는 거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들이 어떤 식으로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이런 부분도 이제는 세심하게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입양한 강아지들에게 예기치 못한 질병들이 자꾸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면 어쩌면 번식 과정에서 지나친 근친 교배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많은 생산량을 목표로 번식 과정에서 너무 혹사시키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라며 "이런 문제를 조금은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인터넷 시대에 네트워크가 만들어져 원하지 않든 원하든 간에 태어난 새끼 동물들을 수시로 사이트에 올리고 그걸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돈을 주고받고 새끼 동물을 주고받는 문화보다는 개인과 개인 간의 소통 차원에서 사랑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을 만들어 가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내가 지금 입양하려고 하는 강아지가 어떤 곳에서 만들어지고 키워졌는지 각자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동물이면 키우는 과정에서 건강이 나빠질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걸 세심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그런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기르겠다 하고 마음먹을 때 준비해야 한다. 그냥 좋아서, 남들이 기르는 거 보니까 너무 예쁘고 좋아서 그냥 무턱대고 덤비면 안 된다"며 "반려동물을 한 번이라도 내 품에 안으면 내가 그 아이의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내가 책임질 그 존재의 역사를 충분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천의 아마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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