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열자 1100마리 우르르…나주에서 발견된 길이 2m '멸종위기 동물'

2025-10-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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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에서 불법 포획된 동물 1100여 마리 무더기로 발견

전남 나주의 한 창고와 컨테이너에서 불법 포획된 뱀 1100여 마리가 무더기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물망에 담긴 채 살아있는 뱀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고, 냉동고 안에는 얼려진 뱀들까지 가득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불법 포획된 뱀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만든 불법 포획된 뱀 이미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과 나주시는 24일 야생 뱀을 불법으로 포획해 보관·판매한 혐의로 A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나주에서 뱀탕을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는 민원을 접수받고 나주시 봉황면에 위치한 A씨의 거주지를 급습했다. 현장에서는 창고 1개소와 컨테이너 3개소에 대량의 뱀이 보관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수색 결과 발견된 뱀은 총 1100마리로, 이 중에는 몸길이가 최대 2m에 이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구렁이를 비롯해 유혈목이, 살모사 등이 포함됐다. 살아있는 개체들은 그물망 안에 빼곡히 담겨 있었고, 냉동고에는 얼려진 뱀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었다.

구렁이 자료 사진 / 뉴스1
구렁이 자료 사진 / 뉴스1

조사 결과 A씨는 완도와 신안 등 전남 도서 지역의 땅꾼들로부터 불법 포획된 뱀들을 사들여 모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렇게 확보한 뱀들로 진액을 제조해 판매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야생동물을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채취, 훼손, 살해하는 행위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적발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영산강환경청 관계자는 24일 경향신문에 "압수한 뱀은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멸종위기 2급 구렁이 /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멸종위기 2급 구렁이 /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

구렁이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파충류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2m 전후로 자라지만 간혹 3m까지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몸통에는 가로무늬와 얼룩무늬가 뚜렷하게 나타나며, 검은색, 황색, 갈색 등 여러 색상을 띤다.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며, 중국 중북부와 러시아 지역에도 분포한다.

독성이 없고 성격이 온순한 구렁이는 설치류와 조류, 양서류 등을 주식으로 삼는다. 과거 민가 근처에서도 흔히 목격됐던 구렁이는 1960년대부터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식 환경이 파괴되고, 잘못된 보신 문화로 인한 무분별한 밀렵이 성행하면서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환경부는 2005년 구렁이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했다가 2012년부터 2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 2급은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어 현재의 위협 요소가 사라지지 않으면 머지않아 멸종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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