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식재료인데... 농민들 “언제 씨를 뿌려야 할지 모르겠다” 한숨
2025-10-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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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생산지역 농민들의 눈물

30년째 마늘 농사를 지어온 충북 단양군 매포읍의 한 농민은 10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어 있는 밭을 바라본다. 예년 같으면 벌써 씨앗을 뿌렸을 시기지만 가을 내내 이어진 비로 축축해진 땅에 감히 씨를 뿌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날씨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기후변화는 이제 '마늘 중의 마늘'로 불리는 단양 한지형 마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충북지역에는 18일 동안 비가 내렸다. 누적 강수량이 277.6㎜에 달했다. 평년(1991∼2020년) 같은 기간 평균 강수량(98.7㎜)의 세 배에 이르는 수치다. 단양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올해는 수확기인 6월 초부터 중순까지 비가 이어져 일조량이 부족했으며, 평년 대비 수확량이 약 15% 감소했다.
축축한 밭에 씨앗을 뿌리면 생리장애 현상인 '벌마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농가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벌마늘이 생기면 상품성이 떨어지고 생산량도 감소한다. 반대로 땅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면 파종이 늦어져 생육기간이 짧아지고, 결국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파종 시기 결정은 농가의 수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25일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마늘은 크게 한지형과 난지형으로 나뉜다. 이 중 한지형은 휴면 기간이 길어 가을에 심으면 이듬해 봄에 싹이 트는 품종이다. 주로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재배된다. 육질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뛰어나며 매운맛이 강해 김장철 재료로 인기가 높다. 특히 단양 마늘은 소백산 자락의 큰 일교차와 석회암 지대에서 자라 알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좋다. 항암 및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알리신 성분이 풍부해 '마늘 중의 마늘'로 불리며 소비자들의 애정을 받아 왔다. 
난지형 마늘은 휴면 기간이 짧고 따뜻한 남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알이 굵고 껍질이 얇아 가공이 쉽고, 쪽수가 한지형(평균 6쪽)보다 두 배가량 많아 생산성이 높다. 재배도 비교적 쉽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깐 마늘, 간 마늘 등 가공용 소비가 늘면서 난지형 마늘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마늘 재배 면적은 2만2947㏊이며, 이 중 한지형 마늘은 4049㏊로 전체의 17% 수준이다. 2000년(22%)과 견줘 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생산량으로 보면 전체 31만7000t 가운데 한지형은 3만9218t으로 12% 정도다. 한지형은 전년(4만1536t)보다 생산량이 5.5%(2318t) 감소했지만, 난지형은 27만789t으로 전년(24만3400t)보다 11.2%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충북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마늘 재배 농가가 단양 다음으로 많은 보은군의 경우 2010년대까지만 해도 회인면을 중심으로 대다수가 한지형을 재배했다. 하지만 현재 농가들은 난지형을 더 선호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농가 10곳 중 8곳이 난지형 마늘을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마늘연구소에 따르면 난지형 마늘, 특히 대서마늘의 재배 면적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보은뿐 아니라 충남·경북 등 주요 마늘 산지에서도 나타나는 전국적인 흐름이다. 한지형 마늘의 단가가 다소 높지만 수확량에서 난지형과 차이가 난다면 소득을 고려해야 하는 농가로선 보다 이익이 되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단양은 전국적으로 드물게 한지형 마늘만 재배한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 난지형 재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발 300∼500m의 고랭지로 일교차가 큰 단양에서는 난지형을 심으면 생육 부진과 병 발생을 걱정해야 한다.
단양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같은 면적 기준으로 남부지역에서 난지형 마늘이 2000㎏ 생산된다면 단양에서는 1500㎏ 정도밖에 수확되지 않는다. 결국 단양엔 한지형이 가장 안정적인 셈이다.
이에 단양군은 한지형의 명품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군은 '단양마늘 명품화 사업'을 통해 우량 종구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2주간 우량 종구 공급을 희망하는 농가의 신청을 받아 지난달 112개 농가에 4천㎏의 우량종구를 분양했다.
군은 체계적인 우량 종구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우량 종구 생산 및 공급에 관한 조례'도 만들었다. 군은 지난해 12월 서울시 새마을부녀회와 농산물 소비촉진 업무협약을 하는 등 판로를 적극 개척하고 있고, 마늘종에 달린 주화를 활용한 종자 갱신 시설재배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단양군은 난지형과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단양 한지형 고유의 품질과 향을 살려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소비자 인식 개선과 브랜드 홍보를 통해 단양마늘의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