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엄두도 못 냈는데…값 뚝 떨어지고 외면받는 ‘국민 수산물’ 정체
2025-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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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폭락의 그늘에 선 바다의 황제
생존을 위협하는 전복 양식의 위기
한때 ‘바다의 황제’, ‘패류의 제왕’으로 불리며 고급 수산물의 대명사로 자리했던 전남 전복이 깊은 위기에 빠졌다. 한동안 1㎏(10미)당 5만 원 선에 육박하던 전복 가격이 최근 40% 가까이 급락하면서, 양식 어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복은 과거 비싼 가격 탓에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수산물이었지만, 이제는 값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외면받는 ‘국민 수산물’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터져 나온다.

광주일보에 따르면 9월 기준 전남 지역 전복 10미(1㎏) 산지가격은 1만 9130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평균 가격(2만 3222원)보다 17.6% 낮고, 평년 가격(2만 9133원)과 비교하면 34% 넘게 떨어졌다. 2012년만 해도 4만 8780원에 달했던 전복 가격은 불과 10여 년 만에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전남은 전국 최대 전복 생산지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전복 양식면적 7637㏊ 중 81%인 6188㏊가 전남에 집중돼 있다. 완도(3313㏊)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신안·진도·해남 등이 뒤를 잇는다. 이 지역 어민들에게 전복은 곧 지역 경제의 핵심 산업이자 생계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가격 폭락으로 인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생산’이다. 전남 지역 전복 생산량은 2010년 6260t에서 2023년 2만 4001t으로 13년 만에 3.8배 늘었다. 전복 양식이 높은 수익성을 보이자 신규 진입이 급증했고, 불법 양식장까지 난립하면서 공급이 폭증했다. 여기에 소비 둔화가 겹치며 악순환이 심화됐다.

전복의 ‘고급 이미지’가 희석된 것도 문제다. 과거 귀한 음식으로 인식되던 전복이 가격 하락과 함께 대중화됐지만, 오히려 ‘특별함’을 잃었다. 지난해 전복 출하량은 2만 3317t으로 전년(2만 3925t)보다 2.6% 감소했다. 값이 내렸는데도 소비가 줄어든 셈이다.
기후변화의 여파도 무겁다. 전복은 고수온에 특히 취약한 품종이다. 2023년 전남지역 고수온 피해 어가는 107가구, 피해액 33억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피해 어가가 269가구, 피해액이 99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수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전남해양수산기술원은 2018년부터 고수온에 강한 내성 품종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생산 감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후 대응형 신품종 개발과 양식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남도는 지난 1월 ‘전복 양식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생산량 20%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어 27일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전복 산업 위기극복 시책’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감산 방안과 기후 대응책이 포함될지가 주목된다.
전복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전복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어가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매체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