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흉년, 가격 3배나 폭등…한국서는 4천원대에 최초로 풀린 대반전 '수산물'

2025-10-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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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연어 생산 위기, 한국의 새로운 기회 열리다
기후변화 시대, 국산 연어의 도전과 가능성

일본에서는 연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3배 이상 폭등한 반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국산 연어'가 대형 마트 매대에 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해양 생태 변화 속에, 한국산 연어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국산 양식 연어 자료사진. / 뉴스1
국산 양식 연어 자료사진. / 뉴스1

지난 26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가을 연어 도매가는 kg당 2400엔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전 같은 시기 가격이 800엔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배 이상 폭등한 셈이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운영하는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일본 연어 어획량이 급감한 원인은 해수온 상승과 청조 현상 때문이다. 청조는 해저의 유기물이 부패하며 산소가 부족해지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면서 바닷물이 푸르게 변하는 현상이다. 이런 수질 변화는 연어의 회귀를 방해하고 있다.

일본은 매년 10억 마리 이상의 연어 치어를 인공부화해 방류하지만, 올해는 회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연어 회귀율이 급감하면서 어획량의 90%를 담당하던 훗카이도 지역에서도 10월 중순까지 어획량이 전년 대비 70% 감소한 약 1만t에 불과했다. 특히 오호츠크 연안을 포함한 주요 산지의 경우 80~90% 수준의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가을철이 연어잡이의 절정기임을 감안하면, 일본의 연어 산업은 사실상 최악의 흉년을 맞았다.

국내서 수확된 양식 연어. 자료사진. / 뉴스1
국내서 수확된 양식 연어. 자료사진. / 뉴스1

aT의 보고서 역시 일본의 연어 양식업은 140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해수온으로 치어의 생존율이 낮아지고, 먹이 환경과 해류의 변화로 인해 회귀율까지 급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부화장 운영이 어려워지며 양식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일본 연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에서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국산 연어가 정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국산 양식 연어를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며 유통 구조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98% 이상이 수입산이며, 대부분 노르웨이와 칠레에서 들여온 대서양 연어다. 이들은 항공 수송을 거쳐 가공된 뒤 유통되는데, 환율 변동과 물류비 증가로 가격이 불안정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행사 시작 당시 조성연 롯데마트·슈퍼 수산팀 MD(상품기획자)는 "이번 국산 연어 판매는 연어의 100%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고환율 속에서 안정적인 수급을 이루고자 진행한 도전적인 시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에 판매된 국산 연어의 소비자 가격은 100g당 4천 원대 수준으로 책정됐다. 수입산보다 저렴하면서도 신선도 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연어가 본격 유통되지 못했던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대서양 연어는 한때 국내에서 ‘위해 유해종’으로 분류돼 상업용 수정란 수입이 금지돼 있었다. 2019년 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비로소 국내 양식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양식 기술 부족, 해수 온도 차이, 폐사율, 초기 투자비 등의 문제로 산업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지난 23~26일까지 4일간 '국산 연어'(100g)를 4000원 대에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판매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3~26일까지 4일간 '국산 연어'(100g)를 4000원 대에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판매했다.

현재 국내 연어 양식은 주로 일부 지역에서만 시범적으로 진행 중이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청정 해역에서 저온수를 활용한 순환식 양식(RAS)이 핵심 기술이다. 다만 생산량은 아직 소규모로, 상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수입산 연어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완성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노르웨이·칠레는 대규모 해상가두리 양식을 통해 연어를 6~7kg급까지 키우며, 대량생산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기름기가 많고 식감이 부드러운 대서양 연어 특유의 풍미가 소비자 입맛에 맞아 국내 시장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게다가 항공 운송을 통한 신속한 공급 체계 덕분에 신선한 수입산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이 때문에 국내산 연어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대체하기까지는 기술력 향상, 소비자 인식 변화, 대형 양식 인프라 구축이라는 세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연어의 국산화는 단순한 유통 이슈를 넘어 식품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 국산 연어가 상용화되면 환율과 물류비에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고, 국내 어촌 지역의 신성장 산업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연어 산업이 이상기후로 흔들리는 가운데, 한반도 연근해의 저온 해역이 새로운 양식지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변화 속에서도 비교적 온도 변동이 완만한 강원도 동해안은 향후 연어 양식의 핵심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어의 국산화는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지만, 기술력과 품질이 확보된다면 노르웨이·칠레 의존 구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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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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