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키위인 줄 알았는데 맛이... 너무 달아서 농부도 놀랐다는 '신상 과일'
2025-10-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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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키위보다 30% 이상 달다는 과일의 정체

제주 남원읍의 한 하우스 안. 덩굴 줄기 사이로 작고 둥근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갈색 키위다. 하지만 반으로 자르면 사정이 달라진다. 초록빛 중심부를 따라 붉은 원이 퍼져 있고 익으면 속살이 모두 빨개진다. 바로 ‘레드키위’다.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 농부로 전향한 한승훈 씨가 이 붉은 속살의 과일을 키우고 있다. 5년 동안 단 한 푼의 수익도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레드키위 하나를 맛봤는데 너무 달아서 놀랐다. 그 한입이 시작이었다”고 그는 ‘작목반장’ 유튜브 채널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 씨 농장은 남원읍 신흥리에 있다. 현재 750평 규모의 비가림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아내와 함께 650평을 추가해 총 1400평 규모로 확장했다. “이제는 아르바이트 나가지 않고 키위 농사에만 전념하려고 한다”며 “내년엔 매출 1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키위는 겉모습만 보면 일반 그린키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털이 적고 껍질이 약간 매끄럽다는 점 정도가 차이다. 하지만 단면을 자르면 초록빛 과육 중앙에 붉은 빛의 링이 나타난다. 바로 이 붉은 무늬가 이름의 유래다. 레드키위의 가장 큰 특징은 당도가 높다는 점이다. 18~20브릭스로 일반 키위보다 30% 이상 달다. 신맛보다 단맛이 강하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한 씨는 “레드키위는 그린키위보다 약 두 달 일찍 수확할 수 있다. 8월 말이면 이미 색이 돌기 시작한다. 10월 초가 수확 적기”라고 설명했다. 제주 지역은 기온이 영하 7도 이하로 거의 내려가지 않아 재배에 유리하다. 난방비 부담이 적고, 일조량도 충분해 당도 형성에 도움이 된다.
한 씨는 3년생 묘목을 심고 3년을 더 키운 뒤 처음 수확을 했다. “첫 5년은 수익이 없다. 그 기간이 제일 힘들다. 그래도 키위나무는 25~30년을 쓸 수 있으니까 길게 보면 괜찮다”고 말했다.
현재 750평 규모 농장에서 평당 약 9kg의 키위를 수확한다. 연간 생산량은 약 7톤. 추가된 650평까지 합치면 13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자 가격은 kg당 8000~1만2000원으로 형성돼 있다. 한 씨는 “조금 비싸지만 당도가 높고, 보기에도 예뻐 선물용으로 찾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레드키위는 수확 후 바로 먹는 과일이 아니다. 후숙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받자마자 먹으면 딱딱하고 신맛이 난다. 바나나나 사과를 함께 봉지에 넣고 상온에서 2, 3일 두면 에틸렌 가스가 자연스럽게 후숙을 유도한다. 그때 먹으면 가장 달다”고 설명했다.
그의 농장은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는다. 대신 직접 배양한 바실러스균 미생물을 토양에 살포한다. “땅을 살리는 게 과일의 맛을 살리는 거다. 이 미생물이 뿌리를 건강하게 해주고, 당도와 저장성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수확은 모두 손으로 이뤄진다. 그는 “가위로 자르면 과일에 상처가 나기 때문에 손으로 비틀어 딴다. 750평 기준으로 4명이 3일 정도 걸리고, 수정기에는 5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 주변에서는 잘 안 하지만 직접 만지는 손맛이 좋아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SNS를 통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주문을 받고 있다. “전량 택배로 판매한다. 당일 수확해 바로 보내야 신선도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포장 단위는 1.5kg, 2kg, 3kg, 5kg 등 다양하다.
그는 레드키위를 활용한 식재료 활용법도 소개했다. “요거트나 아이스크림에 올리면 단맛이 더 살아난다. 요즘은 카페에서 레드키위 스무디나 파르페를 찾는 손님도 많다”고 했다.
레드키위 효능도 주목받고 있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돼 있다. 그는 “혈당을 천천히 높이는 과일이라 당뇨 환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소화 기능을 돕고 배변 활동에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