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 같아 예뻐 보였지만…알레르기 주범이라는 ‘생태계 교란 식물’ 정체
2025-10-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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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도 또 자라는 교란 식물
단풍잎돼지풀 제거 활동 진행
단풍잎처럼 생겨 예뻐 보이지만 생태계를 뒤흔들고 알레르기까지 유발하는 교란 식물이 있다.

하천가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단풍잎처럼 넓은 잎을 가진 풀이 눈에 띈다. 모양도 예쁘고 초록빛이 짙어 언뜻 보면 보기 좋은 식물 같지만, 이 풀의 정체는 생태계를 뒤흔드는 외래종 ‘단풍잎돼지풀’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단풍잎돼지풀은 1980년대 후반 국내로 들어온 이후 하천과 들녘, 도시의 녹지 공간까지 빠르게 번져나갔다. 겉보기엔 평범한 풀처럼 보이지만 크고 두터운 잎 아래에는 놀라울 만큼 강한 생명력이 숨어 있다.
줄기는 풀치고는 제법 굵고 단단하며 땅속으로 뻗은 뿌리도 깊다. 강아지풀처럼 손으로 쑥 뽑히지 않고, 한 포기만 뽑아도 손에 힘이 들어간다. 몇 해를 방치한 개체는 껍질이 딱딱하게 굳어 예초기로도 베기 힘들다. 예초기 없이 손으로 뽑아내려면 꽤 많은 힘과 시간이 든다.
이 식물의 확산력은 단순한 제초로는 막기 어렵다. 한 포기에서 수천 개의 씨앗이 떨어지고 바람이나 빗물, 동물의 털을 타고 이동해 다른 지역에서 새싹을 틔운다. 줄기를 자른 자리에서도 새순이 돋아나며 불과 몇 주 만에 주변 식생을 뒤덮는다.
결국 토종 식물은 햇빛을 받지 못해 말라죽고 한 구역 전체가 단풍잎돼지풀 군락으로 변하기도 한다. 여기에 꽃가루는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을 유발해 사람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이런 가운데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이 단풍잎돼지풀 제거에 나섰다. 공단은 비영리단체 숲여울기후환경넷과 함께 지난 22일 서울 탄천1교 일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초록동행’ 행사를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양재천 합수부부터 탄천1교까지 약 1km 구간에서 진행됐으며, 시민들이 직접 단풍잎돼지풀과 환삼덩굴 같은 외래식물을 뽑아내며 생태계 복원에 동참했다.
단풍잎돼지풀은 빠르게 성장하고 주변 식생을 덮어버려 햇빛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토종 식물의 광합성이 막히고, 시간이 지나면 특정 지역 전체가 외래종으로 뒤덮이게 된다. 실제로 환경부는 단풍잎돼지풀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해 집중 관리 중이며 각 지자체도 주기적인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행사 현장에서는 숲여울기후환경넷의 박상인 공동대표가 탄천의 생태 구조와 외래식물의 생태적 위험성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단순한 환경 미화가 아닌, ‘식물 하나가 생태계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체감했다.
서울물재생시설공단은 이번 활동을 하수도 기반 물재생 사업과 연계한 생태환경 보전 프로그램으로 추진했다. 단순히 하수처리 시설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천의 자연성과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시민 참여형 생태 복원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권완택 서울물재생시설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하수처리 시설 운영뿐만 아니라 생태복원과 환경보호 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건강한 생태계를 지켜나가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