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만에 처음…APEC 끝난 뒤 ‘경주’로 향해야 하는 이유

2025-10-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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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및 개관 80주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일반 관람은 11월 2일부터

신라의 금관 여섯 점이 경주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선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nter_view-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nter_view-shutterstock.com

21개국 정상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도시, 경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회의가 끝나면 전 세계의 시선이 떠나가겠지만 진짜 볼거리는 그 이후다. 1500년 전 신라 왕들이 쓰던 금관 여섯 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도 경주는 여전히 금빛으로 빛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립경주박물관은 28일 APEC 정상회의에 맞춰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개막한다고 27일 밝혔다. APEC 기간인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는 회의 참석자 대상 비공개로 운영하며 일반 관람은 11월 2일부터 시작한다.

◈ 신라 금관 6점, 104년 만에 한자리에

이번 전시는 국내에 남아 있는 신라 금관 6점을 한 공간에 모은 첫 사례다. 1921년 우연한 발견으로 이름을 남긴 금관총 금관을 시작으로 1924년 금령총, 1926년 서봉총, 1969년 도굴 후 1972년 압수된 교동 금관, 1973년 천마총, 1974년 황남대총 북분에서 확인된 금관까지 신라 황금문화의 시간대를 한눈에 잇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던 금관총·금령총·서봉총 금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이 보관하던 황남대총 북분·천마총·교동 금관이 처음으로 한 전시장에 선다. 금관과 함께 출토된 금허리띠 여섯 점, 천마총의 금귀걸이와 금반지 등도 나와 비교 감상의 밀도를 높인다.

(완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교동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관총 금관, 천마총 금관, 금령총 금관, 서봉총 금관.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완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교동금관, 황남대총 북분 금관, 금관총 금관, 천마총 금관, 금령총 금관, 서봉총 금관.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각 금관의 개성도 뚜렷하다. 금관총 금관은 나뭇가지 세움 세 장과 사슴뿔 세움 두 장을 세운 전형으로 높이 27.7센티미터, 무게 692그램에 이른다.

금령총 금관은 함께 나온 금방울과 작은 장신구로 미뤄 어린 왕족의 것으로 해석되며 높이 27센티미터, 356.4그램으로 비교적 가볍다.

서봉총 금관은 1926년 발굴 당시 스웨덴 왕세자 구스타프 아돌프가 조사에 참여해 이름의 유래를 남겼고, 새 장식이 특징이다.

천마총 금관은 머리띠 길이 63센티미터, 무게 약 1.3킬로그램으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반달형 옥 58개가 달려 장엄함을 더한다.

황남대총 북분 금관은 전형의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함께 나온 ‘부인대’ 명문 허리띠로 왕비의 무덤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교동 금관은 지름 14.3센티미터의 소형으로 초기 형식을 간직했으나 도굴품이라는 한계로 아직 국가지정문화유산 목록에는 오르지 못했다.

◈ 왕실의 황금, 그리고 그 너머

‘금관은 순금인가’라는 오래된 물음도 자료로 짚는다. 박물관은 순금이 지나치게 무르고 쉽게 휘는 특성 때문에 당시 장인들이 금에 은을 섞어 강도를 높였다고 설명한다.

교동 금관은 약 21.4K, 서봉총 금관은 약 19.3K로 시대가 흐를수록 은 함량이 늘어 순도가 낮아지는 경향도 확인된다.

신라의 모관. (왼쪽부터) 황남대총 남분 모관, 금관총 모관, 천마총 모관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신라의 모관. (왼쪽부터) 황남대총 남분 모관, 금관총 모관, 천마총 모관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금관의 상징 해석도 전시에 녹였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목을 닮은 가지 세움, 풍요와 초월을 상징하는 사슴뿔과 새 장식, 재생을 뜻하는 곱은옥과 달개, 절대 권위를 드러내는 황금빛까지 신라 왕권의 상징 체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금관이 실제로 쓰였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발굴 당시 고깔처럼 휘어진 형태를 들어 장송용 가면에 가까웠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서봉총 금관 내부의 모자 등 착용 흔적을 근거로 의례나 특정 국면에서 실제 착용됐다는 학설도 제시된다.

◈ 왕·왕비·왕자, ‘신라 왕실’ 한눈에

이번 전시는 세 무덤의 금관을 나란히 배치해 왕·왕비·왕자에 대응하는 구성을 짚어보도록 했고 관람자는 형태와 장식, 제작 시기의 차이를 직접 비교할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 공식 문화 프로그램으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 박물관에 따르면 올 들어 추석 연휴에만 15만 명이 찾는 등 관람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이상 늘어난 만큼 금관 6점의 동시 공개가 경주 방문 수요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전시실 모습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전시실 모습 /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관람 동선은 금관의 조형과 상징을 소개하는 도입 영상으로 시작해 여섯 금관과 여섯 허리띠를 중심으로 천마총 출토 금장신구 등 총 20건의 유물로 마무리된다. 국보 7건과 보물 7건을 포함해 전시의 밀도와 무게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번 특별전은 경주 보문 일대에 조성된 야외 조형물과도 호흡을 맞춘다. 보문호 선착장 주변에 설치된 모형 금관들은 야외에서 전시의 여운을 이어주며, 실물 전시장에서는 1500백 년 전 금빛의 질감과 세공의 깊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신라의 권력과 위신을 상징하던 왕실의 표상들이 한자리에 선 지금, 관람객은 전성기의 기술과 미감, 그리고 장례와 의례를 둘러싼 해석의 스펙트럼까지 한 번에 경험하게 된다.

국립경주박물관 위치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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