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래땅에서 흔히 보이는 건데…탈모에 좋다고 특허까지 난 뜻밖의 '풀'

2025-10-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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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생식물, 거친 환경이 만든 생명력

바닷가 모래땅에서 흔히 자라는 한 풀에서 탈모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해풍에 시달리며 자라는 잡초 같은 식물이 사람의 모발 세포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다.

가는갯능쟁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가는갯능쟁이. 자료사진. /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전남바이오진흥원과 공동으로 전남 목포 고하도에서 채집한 '가는갯능쟁이'에서 모발 건강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국내 자생식물인 가는갯능쟁이의 추출물을 이용해 세포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모유두세포의 증식률이 최대 118.2% 증가하고, 탈모 유발 호르몬(DHT)에 의해 손상된 세포의 생존율이 최대 97.5%까지 회복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과 유사한 수준의 수치다.

즉 가는갯능쟁이가 모유두세포의 생명력을 높여 모발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해당 연구 결과는 '가는갯능쟁이 추출물을 이용한 모발 건강 개선용 조성물'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 특허(제10-2854466호)에 정식 등록됐다.

탈모 완화에 좋다는 가는갯능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탈모 완화에 좋다는 가는갯능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가는갯능쟁이는 바닷가의 모래땅이나 간척지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식물이다. 짠기가 강한 토양에서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 바닷바람 속에서도 생육을 이어간다. 이러한 강한 생존력과 염분 저항성이 바로 모발 세포의 회복 능력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식물은 높이 30~70cm 정도로 자라며, 잎은 길이 3~10cm의 피침형으로 뾰족하다. 표면에는 하얀 가루(분백)가 덮여 있어 수분 증발을 막고 햇빛 반사를 줄인다. 7~8월 사이에는 연한 녹색의 작은 꽃이 피고, 가을엔 지름 2mm 정도의 흑색 종자를 맺는다. 우리나라 전역의 조간대, 간척지, 모래땅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가는명아주나 좁은잎갯능쟁이라고도 불린다.

해당 연구는 단순한 탈모 개선 효능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복원의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가는갯능쟁이는 바다 근처에서 자라는 염생식물로, 대기 중의 탄소를 저장하는 블루카본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이 식물은 사람의 모발뿐 아니라 지구의 온도도 낮추는 ‘이중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가는갯능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가는갯능쟁이. / 국립생물자원관

호남권생물자원관과 전남바이오진흥원은 향후 이 식물을 바이오산업 소재로 상용화하기 위한 대량 재배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해안 생태계 특성상 염분이 많은 토양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별도의 비료나 관수 장비 없이도 대규모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탈모는 국내 성인 5명 중 1명꼴로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치료제의 대부분이 화학 합성 성분에 의존해왔다. 가려움, 두통,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 사례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처럼 국산 천연소재 기반의 탈모 완화 기술이 개발된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가는갯능쟁이 추출물은 국내에서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자생 자원이라, 원료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탈모 산업 생태계 구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교육하는 의사! 이동환TV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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