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위해 싸우자” 한국서 테러자금 10억 모아 하마스에 송금
2025-10-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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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국적 난민신청자 구속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29세 남성이 자선단체 활동을 가장해 약 10억 원에 달하는 테러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테러방지법, 테러자금금지법, 기부금품법,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검거해 수원지검에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A씨는 2018년 3월 유학생 비자로 입국한 뒤 전문대를 중퇴하고 수도권 풋살장에서 근무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위장했다. 그는 아프리카 우물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의 자선단체 'Y'에 가입해 2022년 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경기 안성 지역 등에서 모금활동을 벌였다.
A씨는 8개의 SNS 계정에 이슬람 난민 사진을 게시하고 은행 이체와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기부금을 받았다. 또한 자신이 운영하는 축구 동호회를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 출신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모금했다.
경찰이 가상자산 전문 추적 도구로 분석한 결과, A씨는 62만6819개의 USDT를 얻었다. 검거일 기준 9억5276만 원 상당이다. 이는 국내에서 적발된 테러자금 모금 규모 중 최대 규모다.
A씨는 모금한 가상자산을 UN 지정 테러단체인 KTJ(카티바 알타우히드 왈지하드)에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KTJ는 2014년 시리아 북서부에서 결성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다. 옛 알카에다 시리아지부 '자바트 알누스라'의 전투부대다. 조직 구성원은 주로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 전투원들이며, 알카에다와 연계하면서 규모가 확대됐다.
KTJ는 2016년 키르기스스탄 중국대사관 자살 폭탄테러와 201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바 있다.
경찰은 A씨가 모금한 가상자산 중 약 2700만 원 상당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상화폐 지갑으로 송금한 정황도 확인했다. 하마스는 미국과 EU, 영국 등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슬람주의 정당이자 준군사조직이다. 이는 국내 테러자금 지원 규모로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A씨는 SNS에 "알라신이 원하신다면 이슬람에 반대하는 모든 것과 싸우자. 알라신을 위해 우리 같이 지하드(성전)를 하자"는 내용을 게시하며 이슬람 극단주의를 전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테러자금 지원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으며, 본국 국가안전부의 추적을 받아왔다. 2022년 8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이 그의 여권을 무효화하자 체류 자격에 문제가 생겼고, 2023년 3월부터는 난민 신청 자격으로 체류했다.
A씨는 난민 신청을 3개월씩 총 11차례 연장했으나 법무부는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22년 3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해 A씨의 활동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 수사당국 및 대사관과 공조 수사를 진행했으며, A씨의 가상자산 송금 내역에서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업데이트한 하마스의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확인하고 지난 16일 그를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자선단체를 가장한 테러자금 조성은 국제사회가 경계해 온 고전적인 수법"이라며 "조직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공범 피의자를 신속하게 특정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추가로 모금한 가상자산이나 현금이 더 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