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전엔 4종뿐이었는데…청계천에 가장 많이 산다는 의외의 물고기
2025-10-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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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20주년 기념 조사 시행
국립중앙과학관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진행한 담수어류 학술조사에서 총 32종 1품종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복원 이전 4종에 불과했던 어류 수가 8배 늘어난 셈이다.

특히 수질이 맑고 산소가 풍부한 여울에만 서식하는 쉬리의 치어가 청계천 상류 구간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일부 구간이지만 쉬리가 살 수 있을 만큼 서식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조사는 4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상류인 청계광장 인근 모전교에서부터 하류 중랑천 합류부까지 6개 지점을 대상으로 했으며, 20년 동안 동일한 구간을 유지해 어류상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사 결과, 총 7목 9과 32종 1품종 약 6,700여 개체가 확인됐다. 이 중 잉어목이 23종 1품종으로 가장 많았고, 망둑어목이 4종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개체의 38.1%를 차지한 피라미가 가장 우세했고, 참붕어(17.2%)와 대륙송사리(12.7%)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 고유종으로는 각시붕어, 줄납자루, 쉬리, 몰개, 참갈겨니, 얼룩동사리 등 6종이, 외래종으로는 이스라엘잉어, 구피, 배스 등 2종 1품종이 확인됐다. 이 중 구피는 관상용으로 방류된 것으로 추정됐으며,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는 1개체가 발견됐다. 모든 어류는 확인 후 즉시 원래 장소로 방류됐다.

지점별로는 상류 구간(모전교~마전교)에서 쉬리와 버들치, 참갈겨니 등 빠른 유속과 높은 산소 농도에 적응한 어종이 주로 나타났다. 중류(황학교~고산자교)에서는 참붕어와 모래무지, 줄몰개 등 다양한 하상 구조에 적응한 종이, 하류(중랑천 합류부)에서는 대륙송사리, 납지리 등 수질 내성이 강한 어류가 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이번 조사 결과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설공단과 함께 ‘청계어록’ 특별전을 마련했다. 전시에서는 학술조사 결과뿐 아니라 민물고기 탐사 교육 프로그램, 청계천 복원 20년의 변화를 담은 AI 영상, 한국 민물고기 세밀화, 탐사대 기록 등이 함께 선보인다. 도심 속 생태 하천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체험형 전시다.
권석민 국립중앙과학관장은 “이번 조사는 훼손된 생태계도 꾸준한 복원 노력과 협력을 통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며 “기관 간 협업을 기반으로 시민들이 과학적 호기심과 탐구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