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LG-한화 KS경기에 모습 드러낸 'VIP 인사'... 정치권도 논란
2025-10-2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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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왜 그 인사를 VIP로 공식 초청했나” 비판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인물이 프로야구 최고 무대에 VIP로 초청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초청한 것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김 전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정부 지원 배제를 지시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며 "한국시리즈(KS) VIP로 공식 초청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KBO에 사과를 요구했다.
KBO는 매년 KS에 전직 총재를 VIP 자격으로 초청하고 있다. 올해도 KS를 앞두고 전직 총재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KS 1차전 현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했다. 그는 1995~1996년 KBO 8대 총재를 역임했다.
문제는 김 전 비서실장의 전직 이력이다. 그는 단순히 KBO 총재를 지낸 인물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를 탄압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형사처벌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2017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시행을 지휘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적극 가담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은 각종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 영화감독, 작가, 배우, 연출가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단지 정부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명단에 포함됐다. 이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거나 공공기관의 행사 참여에서 제외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KBO의 이중 잣대도 지적했다. 그는 "이장석 전 키움 히어로즈 구단 대표는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된 뒤 KBO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고, 2022년 플레이오프를 개인 자격으로 관람한 적이 있었다"며 "이때 KBO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입장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이 전 대표의 개인 자격 관람을 우려했던 KBO가 왜 김 전 비서실장에 관해선 우려스러운 인식 없이 이렇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KBO의 공식 사과와 사회적 유책자에 관한 의전 및 초청 금지 지침 제정을 요구했다. 현재 KBO는 전직 총재 초청과 관련해 별도의 제한 기준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총재를 역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적으로 초청 대상이 되는 관행이 이어져왔다.
이번 논란은 스포츠 단체가 과거 요직을 지낸 인사들을 대우할 때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기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문화체육 분야를 탄압한 전력이 있는 인물을 해당 분야 행사에 VIP로 초청한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