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 정효원씨 사망] "청년 노동자를 값싼 소모품으로 취급”
2025-10-2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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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근로 여건, 잔혹하고 비인간적”

정의당이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근무하던 정효원 씨(26)가 지난 7월 숨진 일과 관련해 회사 측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27일 성명을 발표해 "런베뮤를 운영하는 주식회사 엘비엠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유족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들을 충실히 제공하라"라고 요구했다.
정의당은 성명에서 "오늘 매일노동뉴스에 런던베이글뮤지엄(엘비엠)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주당 58시간에서 80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시달리다가 지난 7월 숨졌다는 사실이 보도됐다"며 "작년 5월 입사 후 14개월 만에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회사는 과로사 의혹을 부정하며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근무이력과 근로계약서 등을 보면 이런 비극이 반복될 것 같아 우려스러울 정도"라며 "엘비엠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탓에 스케줄표와 카카오톡 대화 내역들을 모아 봤더니, 직전 일주일간 80시간을 일했고 그 전에도 한 주 평균 58시간을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성명에서 "사망 전날엔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 직전에 퇴근했다. 사망 닷새 전엔 21시간 일하기도 했다"며 "이처럼 갑자기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과로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성 과로와 급성 과로가 겹쳐 과로사로 이어진 것 아닌지 추정되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주 14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기준으로 작성돼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하고 있고, 실제 근무시간은 이보다도 훨씬 길다"고 지적했다. 또한 "입사 후 14개월간 거쳐온 지점이 4곳이나 된다. 강남에서 수원으로, 다시 인천으로 옮겨다니면서 근로계약서만 세 번 갱신했다"며 "법인이 아니라 지점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쪼개기 계약 의혹까지 제기됐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유족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엘비엠은 고인의 근로시간과 관련된 자료 제공을 거부하며 회사가 확인한 근무 기록은 유족 주장과 다르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엘비엠의 고위급 임원이 산재를 신청하겠다는 유족에게 굉장히 부도덕해 보인다고 폭언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고용노동부도 이 죽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 고인이 과로사한 것이 맞다면 그의 동료들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용노동부 차원의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의당은 성명 말미에서 "고인의 이름은 정효원이다. 언젠가 자기 매장을 열겠다는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일해온 성실한 26세 청년이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미선 진보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런베뮤의 노동 현실을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고공매출을 자랑하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20대 청년 노동자가 주 80시간에 가까운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지난 7월 16일 숙소에서 심정지로 숨지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후 유족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런베뮤 사측은 과로사를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고인은 사망 전날 끼니도 거르며 15시간 넘게 일했고, 사망 직전 주간의 노동시간은 이전 12주 평균보다 37%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 사건은 런베뮤의 노동 현실이 얼마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회사는 장시간 노동과 과로 위험을 방치했고, 근로계약서조차 주 52시간 상한을 위반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장·휴일수당 미지급과 근로시간 조작 의혹은 청년 노동자를 값싼 소모품으로 취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런베뮤는 청년의 꿈과 열정을 갈아넣어 청년 핫플레이스로 포장해 소비자 앞에서 뻔뻔하게 상품을 팔았다"며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런베뮤의 행태는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며,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유족은 또 다른 청년이 희생되지 않도록 회사가 바뀌어야 한다며 청년의 꿈을 이용하는 기업은 반드시 반성해야 한다고 절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년의 목숨 위에 세워진 화려한 브랜드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는 꿈을 위해 일하다 죽는 나라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런베뮤의 불법과 기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고용노동부의 전면 근로감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런베뮤 인천점 주임으로 근무하던 정효원 씨는 지난 7월 16일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함께 살던 동료들이 119에 신고했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선 사인으로 단정할 만한 기존 질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키 180cm, 몸무게 78kg의 건강한 체격이었으며 2023년 건강검진에서도 의심 질환이 없었다.
유족은 스케줄표와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근거로 고인이 사망 직전 1주 동안 80시간을 일했다고 주장한다. 유족 측에 따르면 고인은 인천점 개점 준비로 투입된 7월 12일부터 나흘간 하루 평균 13시간씩 근무했고 휴무일에도 일했으며, 사망 직전 2~12주까지는 한 주 평균 58시간을 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 측 김수현 공인노무사(법무법인 더보상)는 고인이 사망 전 1주간 80시간을 일했다면서 회사가 매장 인근에 지낼 숙소를 마련해준 만큼 회사도 고인의 초장시간 근로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은 고인이 사망 하루 전 오전 8시 58분 출근해 자정 가까이 퇴근하면서 연인에게 "한 끼도 먹지 못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휴게시간 부족으로 끼니를 거른 정황이 사망 직전 주 내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고인의 근로계약서에 월급에 주 14시간 이상의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점으로 미뤄 런베뮤가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족 측은 고인이 주임 직급을 받으며 홀 업무를 맡았지만 사실상 매장 책임자처럼 일했다고 주장한다. 55평 규모 인천점은 하루 평균 6000여 개의 빵이 팔리고 직원은 40명이었지만, 매장 오픈에 투입된 관리자급 직원은 3명뿐이었다고 한다.
고인의 아버지는 "쉬는 날 출근도 잦았고 아침에 나가서 자정 가까이 일하는 날이 많아 걱정했다"며 "사람을 더 충원해야 하는데 안 된다며 인원이 항상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빈소를 찾은 동료들이 하나같이 아들이 없었으면 매장 문을 제때 못 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지난 2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주식회사 엘비엠은 매일노동뉴스에 "과로사 의혹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회사가 확인한 근무 기록에 따르면 유족 주장과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답변을 뒷받침할 근무 기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매체는 회사가 사후 수정 가능한 스케줄표 외에 근로시간 기록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족에 따르면 회사 고위급 임원은 고인 사망 2주 후 유족에게 "과로사로 무리하게 신청한다면 진실을 알고 있는 저와 직원들이 과로사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밝히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효원이가 과로사했다는 거짓에 현혹돼 직원들이 거짓협조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굉장히 부도덕해 보인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엘비엠은 "해당 표현은 당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답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9월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문을 열었으며 베이글 열풍의 진원지로 꼽힌다. 현재 전국에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창업 4년 만에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며 청년세대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운영 법인은 지난해 매출 795억 원을 기록해 올해 8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2000억 원 중반대에 매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