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량 109% 급증…요즘 남녀노소 난리라는 '이 옷' 정체
2025-10-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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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과 실용성의 만남, 뜨고 있는 트렌드
실용이 미학이 된 시대다.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가볍고, 따뜻하고, 쉽게 관리된다'는 기준이 빠르게 스며들면서, 올가을·겨울 아우터 시장 주도권이 '경량패딩'으로 넘어가고 있다. 평년보다 일찍 성큼 다가온 한기, 짧아진 간절기, 레이어링(겹쳐 입기) 트렌드가 맞물리며 가성비·가심비를 동시에 건드린 탓이다.

패션업체 LF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LF몰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경량'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량 패딩' 검색량은 무려 109% 급증했다. 일반 재킷을 대체하면서 여러 계절에 두루 활용할 수 있고, 가격·관리 부담이 낮다는 점이 수요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등산·아웃도어에서 체온 유지용으로 쓰이던 소위 '깔깔이'가, 이제는 한겨울에도 레이어링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브랜드 현장 반응은 더 뜨겁다. 대표 격인 노스페이스는 '웨이브 라이트 온 재킷'과 '벤투스 재킷(벤투스온)'을 잇달아 선보이자 출시 40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공식 홈페이지가 1인 1매 한정으로 판매했음에도 특정 색상 중심으로 매진 속도가 붙었다. 리셀 시장에서도 과열 조짐이 감지됐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에서 벤투스 재킷 실버는 발매가 21만8천 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 58만8천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수요가 폭발하자 노스페이스는 물량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리고도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완판 행렬은 타 브랜드로 빠르게 확산됐다. 뉴발란스의 '플라잉 77 슈퍼라이트 후드 구스다운'은 선발매 당일 2분 만에 전량 소진돼 즉시 리오더를 걸었다. 아이더는 이른바 '장원영 다운'으로 불리는 '써모락 슬림 블렌드 다운'이 출시 한 달 만에 판매율 50% 증가, 경량 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80% 상승했다. 온라인 편집몰 무신사스탠다드의 '시티 레저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은 올 8월 21일 발매 후 누적 3만 장을 돌파했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에라디자인은 30만~40만 원대의 상대적 고가임에도 밝은 컬러부터 품절, 플래그십 '라이트 하우스' 오픈과 함께 경량 다운을 전면에 세웠다. 블랙야크는 아이유가 착용해 화제가 된 '루클라 후디 튜브 다운 재킷'이 3차 리오더까지 진행됐고, 경량 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올해 경량패딩의 급부상에는 세 가지 요인이 겹쳤다. 첫째, 변덕스러운 날씨에 맞춘 실용성이다. 부피 대비 보온성이 뛰어나고, 실내·외 온도차가 큰 요즘에 입고 벗기 쉬운 활용성이 돋보인다. 둘째, 가격 접근성이다. 오리·거위 솜을 아낌없이 사용한 헤비 다운 대비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이 수요를 넓혔다. 셋째, 패션 메가 트렌드로의 도약이다. 과거 ‘검은봉지’ ‘김밥패딩’으로 불리며 블랙 일색이던 디자인이 올해는 라이트 그레이, 클라우드 블루, 화이티시 베이지 등 밝은 색감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세로 퀼팅, 곡선형 퀼팅, 판형 충전재 등 퀼팅 방식의 다변화, 후디·하이넥·U넥·카라형 등 넥라인 디자인의 다각화가 맞물리며 스타일링 선택지가 크게 늘었다. 결과적으로 “따뜻하기만 한 옷”이 아니라, 스타일을 완성하는 메인 아우터로 인식이 바뀐 셈이다.
수급 측면의 변수도 있다. 지난해 겨울이 덜 추워 다운 시장이 힘을 못 썼던 기억과 달리, 올해는 예상보다 빠른 한기가 찾아오며 8~9월 초부터 조기 품절·리오더가 빈번해졌다. 일부 인기 품목은 공식몰 기준 전 사이즈·전 컬러 품절 상태가 잇따랐고, 리셀가가 발매가의 2배 이상으로 형성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업계는 초도 물량 증대와 색상·사이즈 추가로 대응 중이다. 본격적인 혹한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이 정도의 판매 탄력이라면, 겨울 성수기 진입 이후 경량패딩은 아우터 매출의 부스터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경량패딩에 우호적이다. 일반 세탁이 가능하고 관리 난도가 낮다는 점이 Z세대·MZ 전반의 실용 소비 성향과 맞아떨어졌다. 여름을 제외한 봄·가을·초겨울은 물론 한겨울에도 코트·헤비다운과 레이어링해 입을 수 있어 사용 기간이 길고, TPO(시간·장소·상황) 대응력이 높다. 즉 “한 벌로 끝내기”가 아니라 옷장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아이템이라는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결국 올겨울 아우터 판도는 무겁고 큰 것에서 가볍고 실용적인 것으로 확연히 이동하고 있다. 경량패딩은 더 이상 보조 이너가 아니라, 메인 아우터이자 레이어링의 허브로 기능한다.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검색량은 뛰었고, 매대는 비었고, 리오더는 달리고 있다. 브랜드는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컬러·핏·충전재 스펙을 더 세분화해 포트폴리오를 짤 공산이 크다. 소비자는 초기 물량 타이밍과 핵심 색상(블랙·라이트 그레이·밝은 뉴트럴)을 먼저 공략하는 편이 유리하다. 한겨울이 본격화되면 경량 라인도 인기 색상부터 사이즈가 빠르게 끊길 수 있어서다.
지난 10년 긴 롱패딩과 부피 큰 숏패딩이 겨울 아우터의 상징이었다면, 이번 시즌 주인공은 경량패딩이다. 가벼움은 타협이 아니라 선택이 됐다. 따뜻함은 줄이지 않고, 가격·관리·스타일까지 모두 챙긴 그 한 벌이 지금 남녀노소의 옷장을 접수하고 있다.
※ 광고용으로 작성한 글이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